◇참석자
사회=송진수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장
김기홍 OCI RE사업본부 상무
안형근 건국대학교 교수
이영동 오성엘에스티 솔라사업본부장(전무)
권혁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신재생에너지연구실장
박창형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상근부회장
이성호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올해 상반기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가격하락 여파에 시달렸다. 여기에 거대 공룡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태양광 기업과 국제 금융위기는 국내 태양광산업의 불안요인이다. 하지만 태양광 전문가들은 위기에서 기회를 보고 있다. 가격하락에 따른 그리드패리티 달성과 저변확대, 핵심기술 인프라와 고품질 제품 생산을 통한 중국 기업과의 차별화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유럽과 중국기업 사이에서 샌드위치 상황에 놓인 국내 태양광 산업이 지금의 고비를 넘기 위한 산·학·관의 제언을 들어본다.
◇사회(송진수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장)=국내 굴지의 기업을 포함해 중소기업들이 태양광에 투자하고 제품 생산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위기에 봉착했다. 과연 태양광발전 기술·현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우리가 어떤 위치에 서 있는 지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모였다.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지 허심탄회하게 말해 달라.
◇박창형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상근부회장=올 들어 세계 최대 시장인 유럽의 금융위기 확산과 독일·스페인·이탈리아 등 주요 신재생에너지 선도 국가의 예산과 보조금 축소 영향으로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 막대한 정부 지원을 통해 거대한 생산능력을 확보한 중국의 재고 소진은 시장 가격을 하락시키는 주범이 됐다.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까지 비약적으로 성정했지만 올해는 작년과 비슷하거나 밑도는 수준으로 전망한다. 향후 수출과 시장수요는 미국·유럽 등의 금융 위기가 얼마나 빨리 회복되는 지에 좌우될 것이다.
◇김기홍 OCI RE사업본부 상무=공급과잉과 함께 유럽·미국의 금융위기 및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영향으로 단기간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모듈가격 하락 등에 따라 장기적으로 태양광 수요는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세계적으로 19GW, 내년에는 23GW의 신규설치가 이뤄지고 2013년 이후에는 다시 큰 폭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권혁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신재생에너지연구실장=올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모듈 가격 하락이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독일이 태양광 수요가 더이상 악화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보조금 삭감을 취소하면서 유럽 태양광시장의 동요가 줄어들고 있다.
그간 유럽의 수요 감축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가격 하락 현상이 있지만 장기적인 차원에서 전망은 밝다고 본다. 확대되는 중국·인도 등 잠재력이 우수한 아시아 국가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것도 긍정적이다.
◇이성호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하반기 들어 회복세로 돌아선 모양세다. 기업의 출하량 증가나 가격 상승이 이를 말해준다. 오히려 상반기에 큰 폭으로 떨어진 태양광 제품 가격이 수요 확충이라는 저변확대에 기여했다. 가격하락 홍역으로 기업의 비용경쟁력과 구조조정도 강화됐다. 이러한 것들이 버팀목이 돼 내년에는 20% 전후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본다. 중장기적으로도 연평균 15%의 성장을 예상한다.
◇이영동 오성엘에스티 솔라사업본부장(전무)=잉곳·웨이퍼 업계는 경영이 매우 힘든 상황이다. 특성상 내수시장 보다는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수출관련 지원은 별로 없다. 수출입은행 이용, 세금감면 인센티브 등 수출에 대한 원가 절감 지원이 필요하다. 많은 태양광 기업이 내수시장 제한으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사회=수요가 없어서 가격이 낮아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진정한 그리드패리티라 할 수 있을까. 진정한 그리드패리티가 달성되면 특별한 전략과 지원 없이 시장이 생기고 순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를 위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씀을 부탁드린다.
◇김기홍 상무=현재의 가격 하락은 수요가 없어서가 아니라 공급과잉으로 인한 경쟁 심화와 이에 따른 가격 경쟁으로 인한 현상이다. 올 초 태양광 주요 시장인 유럽에서 시작된 정책의 불확실성이 과잉공급에 대한 우려를 심화 시켰고 가격 하락 현상으로 나타났다.
그리드패리티는 태양광 발전단가가 화석에너지원 발전단가와 동일해지는 시점이라는 인식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는 저장설비와 그리드에 대한 비용, 전송 시 손실 등 발전 이후의 요소들이 빠져있다.
◇안형근 건국대 교수=진정한 그리드패리티의 달성은 총 발전비용이 와트(W)당 1달러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메가와트(㎿)당 들어가는 총 비용이 11억원이다. 지난 2008년부터 우리는 80억원이라는 숫자를 봐 왔고, 최근 35억원까지 떨어졌다.
◇사회=중국에 대한 경쟁전략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박창형 부회장=중국 제품은 과거 품질 등에서 선진국보다 저평가 됐지만, 지금은 상당한 가격·품질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다. 중국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을 통한 효율 향상과 생산단가 감축, 부품·장비의 국산화와 성능 제고, 실리콘계 태양전지 이외의 제품 개발, 차별화된 수출 전략 등이 필요하다.
◇김기홍 상무=중국은 생산 규모 등에 있어서는 세계적인 위치에 있지만 중국 리딩기업 외에는 하이엔드 시장에서 프리미엄이 낮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재정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반도체 산업의 역량, 고품질 폴리실리콘 및 고급 연구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의 강점을 바탕으로 고품질·고효율 제품을 개발해 하이엔드 시장을 적극 공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성호 부회장=지난 3월 협회 회원사 워크숍에서 이 방안을 논의한 적이 있다. 먼저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 비정상적인 체형이다. 중국은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며 거대하게 몸집을 키웠는데 인프라 역할을 하는 밸류체인이나 연관 산업의 체력이 약하다. 필름·부자재·부품·장비 등 하체가 부실하다.
소프트파워도 취약한 요소다. 수조원대의 투자자금을 운영하면서 이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방만한 확대로 방치되는 모습이 드러난다.
반면 우리에게는 반도체와 LCD라는 자양분이 있다. 반복되는 얘기지만 LCD산업의 성공요인을 생각해야 한다. 기술로 비용경쟁력을 강화하면 더 앞서 갈 수 있다.
◇권혁수 실장=비용과 기술 경쟁력 강화만한 것이 없다. 꾸준한 기술개발을 통한 고효율제품 개발과 신뢰성 및 내구성 향상이 숙제다. 중국의 저가 경쟁력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소비자 선호도에 부합하는 제품을 출하해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확보하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 통합을 시도해 몸집도 키워야 한다. 정부에서는 기업이 활동할 수 있도록 금융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사회=우리나라의 정책과 제도는 너무 외형에 치우쳐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질적인 내용을 기하는데 부실하다. 그간 발전차액지원제(FIT)를 시행하면서 대규모로 태양광 설비가 설치됐지만 국산은 많지 않다. 앞으로의 보급제도는 내실을 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박창형 부회장=해외 시장 및 기술에 대한 신속한 정보 확보와 공동 기술개발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해외 공동 진출 방안을 모색하고 중소·중견기업과 대기업 간 협업체제를 강화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산 저가·저품질 제품의 사용도 자제해야 한다.
◇김기홍 상무=아직은 우리 각각의 기술과 규모가 부족하기 때문에 힘을 모아 해외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 CTDC 그룹이 유럽 태양광 발전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자국의 다른 두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이 좋은 예다.
내수 시장 확대를 위한 정부의 노력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일본은 국토가 좁지만 큰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특히 내년 새로운 FIT를 도입해 내수 시장 진작을 유도할 계획이라는 점은 우리나라 태양광 시장 발전 방향에 큰 시사점을 제공한다.
◇안형근 교수=활발한 연구개발(R&D)도 중요하다. 이 중에서도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등 박막태양전지 부문이 핵심이다. 다만 걱정이 되는 부분은 향후 2014년까지 결정질 제품의 가격이 많이 하락해 박막 부문에서 오히려 지금과 같은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CIGS에 올인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뿐이다.
◇이영동 본부장=국내 태양광 기업 대부분이 국책과제에 의존해 R&D를 하고 있다. 약 3~5년 정도의 장기 프로젝트가 많은데 R&D를 통한 선행기술 확보 여부에 대해서는 확신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향후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차세대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간의 연구가 과연 실현가능한 것이었는지에 대해 따끔한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이성호 부회장=태양광 발전사업 분야 협력이 필요하다. 발전 사업은 설비를 설치하고 전력판매와 보조금을 받아 수익을 올리는 일종의 투자 산업이다. 일정기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모듈업체들이 이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려 한다.
이 분야 실적이 미미한 한국은 경험과 노하우 부족이라는 핸디캡을 안고 있다. 해당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연합이 중요한 이유다. 아시아 기업이 컨소시엄을 통해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 개발에 나서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권혁수 실장=중국 태양광산업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각개전투식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 태양광산업의 각 밸류체인 별 대응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국내 기업 간 공급체인를 구축하고 공동마케팅 전략·공동연구 등 전 방면에서 뭉쳐야 한다. 특히 중복투자나 국내 기업 간 출혈경쟁 등을 자제하고 상호 협력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대기업-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틀을 빨리 구축해야 한다.
◇사회=해외진출 및 수출산업화 전략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권혁수 실장=해외진출 시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컨소시엄 전략이 요구된다. 다운 스트림에서는 파이낸싱·제품기술·조달·설치·운영 등 종합적인 사업요소를 면밀히 타진해 신흥시장 리스크를 줄이며 선점할 수 있는 과제를 함께 풀어가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수출입은행·KOTRA·무역보험공사 등은 투자 위험을 분산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정리=조정형·유선일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