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가 무선 데이터 트래픽 폭발을 막는 완충재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했다. 아직 음성통화를 지원하지 않아 독자 통신서비스망으로는 불충분하지만 트래픽 병목현상을 해소하는 보조재로서 효용 가치가 높아졌다. 물론 음성통화 기능을 탑재하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18일 KT가 자사 통신망별 데이터 트래픽 처리량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와이브로가 소화하는 트래픽은 지난 8월을 기점으로 월 2000테라바이트(TB)를 넘어섰다. 8·9월 모두 2030TB 수준을 기록했다.
8·9월 월간 와이브로 데이터 트래픽은 연초 1420TB 대비 43.0% 증가했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 820TB에 비하면 2.5배 가까이 늘어났다.
와이브로 트래픽 성장세는 3월 KT 와이브로 전국망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올해 들어서만 가입자가 20만명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와이브로를 와이파이 신호로 바꿔주는 ‘에그’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와이브로 스마트폰이 새로 출시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와이브로는 단순 가입자 증가를 넘어 실제 서비스 활성화로 이어지면서 어느새 와이파이 못지 않은 트래픽 수용량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만해도 KT 와이브로 트래픽은 와이파이 데이터 트래픽 2600TB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KT가 무선 데이터 트래픽 폭발에 대응하기 위해 이른바 ‘3W(WCDMA-WiFi-Wibro)’ 전략을 내세웠지만 유독 와이브로 역할은 미미했다.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와이브로 트래픽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9월 현재 와이브로와 와이파이 트래픽 차이는 230TB차이로 좁혀졌다. 와이브로가 와이파이 못지않은 데이터 트래픽 흡수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오성목 무선네트워크본부장은 “와이브로 전국망 구축 이후 와이브로 가입자가 늘고, 에그 등 관련 단말기 판매량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와이브로가 기존 WCDMA·와이파이망과 새로 구축할 LTE망에 어우러지면서 데이터 트래픽 문제를 해소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 와이브로 서비스가 음성통화를 지원하지 않는 반쪽 통신망인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연말 와이브로 기반 제4이동통신사업자가 탄생한다면 보조재 기능을 넘어 독자적인 통신망으로서의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KT의 또다른 변신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제4 이통이 예정대로 와이브로를 기반으로 통신과 인터넷, 방송, 텔레매틱스 등 모든 서비스를 하나로 묶은 종합데이터서비스사업자로 등장한다면 기존 사업자의 변신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