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억 부가서비스 과금체계 개편

사업자 이해 충돌

 한 해 7000억원에 이르는 통신 부가서비스 과금체계 개편을 놓고 사업자 간 공방이 뜨겁다. 과금방식 산정에 따라 사업자별로 1000억원이 넘는 이익 또는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최근 유선과 무선 발신별로 상이한 부가서비스 과금 방식 조정에 착수했다. 부가서비스는 1588·1577 대표번호를 비롯해 평생번호, 수신자부담, 전화정보, 선후불카드 서비스 등이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7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대표번호 서비스가 550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방통위는 17일부터 대표번호 번호이동제도를 시행하면서 업계 불만이 늘자 과금체계 개편 검토에 들어갔다. 현재는 이용자가 유선전화로 발신할 때는 부가서비스 운영사업자가, 무선전화로 발신할 때는 이동통신사업자가 각각 과금하는 구조다.

 유선발신으로 발생하는 통화요금은 부가서비스사업자 몫으로 배정되고, 무선발신 통화요금은 이통사에 돌아간다. 이후 접속료, 서비스 개발대가 등이 분배된다.

 통신이용 형태가 유선 중심이었을 때는 큰 문제가 안 됐지만 무선발신 비중이 커지면서 개편 요구가 높아졌다. 무선발신은 실제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보다 이통사가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다. 대표번호 시장은 이미 지난해 무선발신 매출 비중이 65%로 유선발신을 앞질렀다.

 무선발신 통화료를 평균 분당 108원(초당 1.8원)으로 산정할 때 이통사가 가지는 수익은 76.4원, 부가서비스업체가 가지는 몫은 접속료·지능망이용대가·개발대가를 포함해 31.6원 수준에 불과하다.

 사업자 간 이해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유선망만 갖춘 중소 부가서비스업체는 유무선 발신 모두 서비스사업자가 과금 주체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무선통신망을 모두 가진 대형 부가서비스업체는 중립적이다. 현 체제를 유지하거나 유선 또는 무선발신으로 과금 방식을 일원화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과금체계 개편 공론화가 가장 부담스러운 쪽은 SK텔레콤이다. 국내 최다 이통 가입자를 보유한 SK텔레콤은 대표번호 사업을 하지 않지만 시장 점유율은 29%다. 대표번호 시장에서 무선발신 과금을 통해 지난해 1600억원에 달하는 매출(접속료 포함)을 올렸다. 현 과금체계를 유지하면 휴대폰으로 부가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SK텔레콤 매출도 올라간다.

 방통위는 아직 부가서비스 과금체계 개편 여부와 방향을 정하지 않았다. 시장 혼란을 줄이는 동시에 이용자 통화요금 부담을 경감하는 효과가 명확해지면 과금체계를 개편할 방침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과금 방식에 따라 사업자간 이해는 물론이고 이용자에 돌아갈 혜택도 엇갈리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검토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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