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로열패밀리’. 과거를 숨기고 결혼한 주인공 앞에 과거에 입양한 아이가 다시 찾아온다. 위기다. 주인공의 고난 극복기가 갑자기 미스터리극으로 반전한다. 드라마에 몰입하던 시청자들은 이 대목에서 리모컨을 찾는다. 드라마 제작진에게는 예상 못한 반전이다. 극의 긴장을 높였는 데 오히려 시청률은 떨어진다.
이처럼 프로그램의 시청률과 연계해서 방송 포맷을 분석해주는 서비스가 국내 중소기업에서 출시됐다.
콘텐츠랩(대표 홍진기)은 ‘TV시청률 연동 포맷분석’ 시스템을 출시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회사가 선보이는 포맷 분석 시스템은 AGB닐슨의 시청률 데이터를 받아서 방송 프로그램을 초단위로 분석한다. 어떤 장면에서 시청자가 흥미를 느끼는지, 어떤 장면에서 채널을 돌리는지 분석해서 선호하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자료를 제공한다. 방송 콘텐츠에도 연구개발(R&D) 개념을 도입한 것.
국내에서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는 대부분 제작·연출자와 작가의 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구체적인 포맷 분석을 하게 되면 콘텐츠에 대한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 기존 시청률 조사업체가 발표하던 ‘분당 시청률 조사’와 차이가 나는 점은 인기 요소, 비인기요소를 그래프로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외주 용역을 받아서 프로그램별로 분석 보고서를 제공하고 향후 소프트웨어 분석툴(tool)을 판매하거나 웹사이트에서 구매자가 분석틀을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 회사의 분석툴은 지난 4일부터 닷새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콘텐츠마켓(MIPCOM2011)`에서 호평을 받았다.
홍진기 사장은 “샘플을 다수 모아서 10개월 이상 연구해서 시스템을 개발했다”며 “뉴스·드라마·예능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시청자가 선호하는 포맷이 도출된다”고 말했다.
영국·네덜란드 등 유럽의 대형 방송사는 자체 R&D연구소에서 포맷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 포맷 분석 R&D 시장은 지난 2009년 기준 약 4조5000억원이다. 국내에서는 시장 규모도 조사되지 않고 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