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네트워크 업체 A사는 최근 경력직 시스템 엔지니어를 공개 구인 했지만 마땅한 인물이 없어 채용하지 못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원 자체도 적고 경력을 뽑는 자리에 신입 지원하는 등 적당한 사람을 찾지 못했다”며 “네트워크 운영 쪽에 공석이 생겨 빨리 채용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큰일이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네트워크 컨설팅·운영업체 B사에서는 최근 유지·보수 업무를 하던 엔지니어 그룹이 통째로 대기업으로 옮겨갔다. 이 업체 관계자는 “고객사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데 해당 팀이 없어져 큰일이다”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중소 네트워크 기업 인력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대기업으로 경력직 이동이 잦고 신규 인력 채용도 여의치 않아 이중고에 시달린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대기업과 국내 진출한 글로벌 기업이 통신 시장 변화를 맞아 신규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등 중견기업 경력직 인력을 대거 흡수하며 가속화됐다.
한 중견 네트워크 기업 인사팀장은 “네트워크 환경이 IP로 바뀌며 신규 프로젝트 생성시 팀 단위로 인력을 채용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대기업은)자체 인력을 재교육시켜 투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인력을 통째로 빼가는 관행이 계속 돼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의 엔지니어들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점도 대기업 쏠림현상에 한 몫 한다.
시스코에서 주관하는 CCIE(Cisco Certificated Internet Expert)같은 최상위 네트워크 자격증은 해외에서 실기 테스트를 진행해 국내 취득이 불가능하다. 이 자격증은 국내외 최대 네트워크 사업자 시스코와 파트너를 맺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경력 7년 차의 한 엔지니어는 “중소기업의 경우 CCIE 자격증을 장려하지만 실질적으로 지원이 전무하다”며 “엔지니어로서 커리어 향상에 대한 지원이 가능한 대기업으로 옮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업체 역시 네트워크 인력이 회사와 같이 커 나가야 하다는 점에 동의 하지만 여건상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네트워크 업계는 이 같은 만성적인 인력난을 해결하지 못하면 국내 업체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상시 인력풀을 갖추고 필요한 업체에 직접 연결시켜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구교광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 본부장은 “국내 IT업계 특성상 잦은 인력 이동은 피하기 힘든 만큼 차라리 인력과 회사를 적절히 매칭 시켜주는 프로그램 필요하다”며 “중소업체들은 구인광고에도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통합 구직 사이트 등 단일화된 창구를 마련해 인력 이동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