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포맷 시장, 한국이 로열티 올리는 주범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해외 방송 포맷을 수입한 프로그램

 해외에서 개발한 방송 프로그램 포맷(format)을 사오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국내 방송사업자가 포맷 판매 대가를 올리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내 방송사 사이에서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포맷 경쟁에도 불이 붙었기 때문이다.

 11일 방송 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케이블 채널사용사업자(PP)를 불문하고 방송사업자가 해외에서 포맷을 도입하면서 기존 시장가의 최고 5배까지 로열티를 주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MBC가 최근 방영해 인기를 끈 한 프로그램은 영국 포맷 개발사에 지급하는 로열티가 회당 2000달러 수준에서 1만달러로 껑충 뛰었다.

 다른 지상파, 케이블PP도 포맷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CJ E&M은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프로젝트런웨이 코리아’ 등을 로열티를 주고 수입했다. KBS ‘1대 100’, SBS ‘결정 맛대맛’ 역시 네덜란드와 일본에서 수입한 포맷을 썼다.

 지난 5일 채널설명회를 연 채널A가 방송할 ‘이수근의 바꿔드립니다’ 역시 이스라엘 콘텐츠 제작사 아르모자가 전 세계에 판매하는 포맷을 사들인 것이다. 중앙일보가 속한 중앙미디어네트워크의 QTV는 영국 채널4가 개발한 ‘수퍼내니 코리아’를 방송한다. 지상파 역시 포맷 시장의 주요 구매자다.

 국내 방송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손쉬운 방법으로 포맷을 사들여 해외 포맷 개발사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방송 업계 관계자는 “지난 남아공월드컵 때도 국내 방송사 간 경쟁 때문에 중계권료가 800억원까지 올라간 것 아니냐”며 “케이블TV에서 방영하는 영화, 스포츠 중계권 할 것 없이 국내 방송사가 방송 판권료를 올리는 일등 공신”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종편 출범 이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빠른 시간 안에 시청자를 끌어들여야 하는 종편들로서는 검증된 프로그램을 가지고 제작을 하는게 안전한 길이기 때문이다. 콘텐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국내 방송 시장에 경쟁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정부 정책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모양새다.

 방송 포맷 시장 규모는 14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네덜란드 엔데몰, TV랩 등이 개발한 포맷을 유럽 방송사가 주로 판매하며 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