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 관련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조정안 수락시 2년치 영업이익과 맞먹는 2조원 이상의 배상 책임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감내할 수 없는 규모라는 판단이다.
30일 SK텔레콤은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이하 위원회)가 결정한 인당 10만원 상당의 보상 방식을 수락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서면 제출했다.
앞서 위원회는 유심 해킹사고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SK텔레콤 측에 1인당 요금 5만원 할인과 현금성 5만 포인트를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분쟁조정 결정서 도달 이후 15일 이내에 당사자에 수락 여부를 담은 의견서를 제출토록 한다. 의견서 제출이 없으면 수락한 것으로 간주한다.
SK톌레콤이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재무 타격 때문이다. 집단분쟁조정 대상은 58명에 불과하지만, 소보원은 SK텔레콤의 조정안 수락시 조정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에 동일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상계획서 제출 등 절차를 진행하려 했다.
이 경우 보상 규모는 2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SK텔레콤 연간 영업이익의 2배가 넘는다. 보상을 근거로 한 추가 민사소송까지 고려하면 부담해야 할 배상 규모는 기하급수적 늘어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제시한 인당 30만원 배상 조정안도 같은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대신 SK텔레콤은 지난해 한정기간 요금감면, 데이터추가제공, 멤버십 등 5000억원대 보상안을 이미 집행했다.
일각에서는 각 기관에서 민간기업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천문학적 규모의 징벌적 제재를 연이어 내리는 것에 대해 조정안으로서의 실효성이 현실적으로 낮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SK텔레콤은 “분쟁조정위의 결정을 심도 있게 검토했다”면서도 “그동안 자발적 보상 노력과 보안 강화 조치를 선제적으로 이행했고 수용시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조정안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유심 해킹 피해를 본 이용자들은 소송전을 지속할 전망이다. 현재 중소 로펌을 중심으로 산개된 손해배상 소송 참여 인원은 약 21만명이다. 집단분쟁조정에 참여한 이철우 변호사는 “수만명의 피해 고객을 추가 모집해 단체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실질적 보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현행법상 단체소송의 경우 권리침해행위의 금지·중지 청구에 한정된다. 금전적 배상은 받을 수 없어 실질적 피해복구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 법조계 관계자는 “금전적 피해가 없었고 피해 입증 책임도 쉽지 않아 복잡한 절차와 비용을 감수하며 소송에 참여할 유인은 낮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