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DMB 활성화와 수신기 품질 관리를 위해 마련된 지상파DMB 단말기 인증제도가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비인증 제품이 유통되면서 서비스 오작동과 호환성에 차질을 빚고 있지만 단말기 제조사는 의무조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인증시험을 받지 않고 있다. 인증제 참여에 대한 혜택을 강화하는 등 제도 활성화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9일 방송업계와 휴대폰 제조사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되는 대부분 지상파DMB 단말기 제조사가 인증을 받지 않고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인증제도 시행 3년째에 접어들지만 현재 유통되는 지상파DMB 단말기 중 인증제품은 단 1종에 불과하다.
지상파DMB 인증은 지난 2008년 말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지상파DMB특별위원회, 단말기 제조사 지원단체인 DMB수신기전문협의회가 협력해 만든 제도다.
DMB 수신기 무선주파수(RF) 적합성과 품질은 물론이고 방송웹서비스(BWS), 양방향데이터방송(BIFS)서비스 등을 시험해 표준 인증을 준다. 인증시험을 통과한 제품은 지상파DMB 방송사가 양방향 데이터 방송, 화면 전환 등 새로운 시스템으로 방송을 전환하더라도 호환성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반면, 비인증 단말기는 오작동 발생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인증제도가 없던 지난 2006년에는 지상파DMB BIFS서비스가 시험 과정에서 단말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BIFS를 포함하지 않은 채널까지 시청하지 못하거나 아예 단말기 자체가 꺼지는 오작동이 잇따랐다.
인증 부실로 휴대폰이나 내비게이션으로 지상파DMB를 시청할 때 화면이 찌그러져 보이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지상파DMB 단말기 디스플레이 화면비율이 16대9로 바뀌는 추세지만 비인증 제품 오작동을 우려한 방송사가 기존 4대3 비율로 송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DMB를 이용해 재난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고속정보채널(FIC) 기능도 필요하지만 대부분 제조사가 이를 무시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희주 지상파DMB특별위원회 실장은 “인증 받지 않은 단말기에서는 서비스를 구현할 수 없다는 점도 장애물이지만 해당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 단말기가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라고 인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단말기 제조사 측은 지상파DMB 인증제도가 법적으로 규정된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제품인증에 소극적이다.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제조사 자체 테스트만 해도 무방하다”면서 “의무 사항이 아니라서 굳이 인증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