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제품은 경쟁사 제품 대비 2배 이상 빠르면서 가격은 6분의 1 수준이다.”
지난 2일부터 닷새 간의 일정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라클 오픈월드에서는 ‘숫자’만 난무했다. 오라클은 이 기간 신제품을 대거 발표하며 경쟁사 제품들과의 성능 비교 결과를 공개했다. 심지어 클라우드 서비스 발표 자리에서도 경쟁사 세일즈포스닷컴은 ‘가짜’ 클라우드라며 깎아내렸다.
오픈월드 첫 개막 기조연설자로 나선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오라클 제품 성능 소개만 하다 무대를 내려갔다. 하드웨어 업체인 선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하면서 기업용 소프트웨어(SW)기업인 오라클의 체질 개선 노력을 설명하고 싶었던 심정은 이해간다. 하지만 5일간 진행된 오라클 오픈월드 대부분의 세션에서는 경쟁 업체와 비교한 성능을 강조하는 것이 전부였다.
구구절절한 설명보단 간단한 숫자로 비교 분석해주는 것이 현명한 마케팅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제품 설명은 브로슈어 한 장만으로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200만원이 웃도는 오픈월드 티켓을 사서 온 고객들이 정말 듣고 싶고, 알고 싶어 하는 것이 제품 성능과 기능이었을까.
이번 오라클 오픈월드에서는 드라마틱한 일이 벌어졌다. 행사 전날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닷컴 회장의 기조연설이 갑자기 취소됐다.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베니오프 회장은 돌아가지 않았다. 행사장 근처 레스토랑에서 트위터로 청중을 모았다. 레스토랑엔 오라클 오픈월드 티켓을 목에 건 수백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오라클의 제품 얘기 보단 베니오프 회장의 ‘소셜 엔터프라이즈’ 얘기가 더 듣고 싶었던 것일 게다. 소셜 엔터프라이즈 역시 세일즈포스닷컴의 신제품이다. 같은 제품 설명이지만 세일즈포스닷컴은 ‘숫자’가 아닌 고객의 감성을 자극했다. 지금과 같은 급격한 시대 변화에 어떻게 기업들이 대응해야 하는지, 소셜네트워크·IT 등을 활용해 어떻게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앨리슨 회장은 오픈월드 기간동안 클라우드 서비스를 발표하면서도 자신의 제품 기능과 특징 설명에만 집중했다. 고객들은 제품 구매시 성능, 가격 외에도 기능적 효용과 심리적 만족감을 추구한다. 기업 고객들의 심리적 만족은 시스템 성능보단 비즈니스 가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올해 오픈월드의 핵심 메시지였던 ‘익스트림 퍼포먼스’에 아쉬움이 남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샌프란시스코(미국)=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