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에서 사고로 정신을 잃은 주인공이 눈을 뜬 후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여기가 어디에요”다. 실제 상황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하는 모든 행동은 시간과 공간에 종속되기 때문에 ‘위치’에 대한 정보는 사고(思考)나 의사결정에 가장 기본이 된다.
예를 들어 한 번도 본 적 없는 도시의 길 한복판에 서 있다고 가정하자.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표지판 하나 보이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방향도 알 수 없다. 보통 사람이라면 패닉에 빠지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하지만 공간정보를 활용하면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공간정보는 자신의 위치에서부터 그 장소의 소음 레벨·교통 상태·온도가 어떠한지, 주변에 어떤 볼거리가 있는지, 자신의 주변에는 누가 있는지, 그 곳과 관련한 사회적 쟁점은 무엇인지 등 원하는 모든 이야기를 들려준다.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도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공간정보는 공간상에 존재하는 모든 자연 또는 인공적인 객체에 대한 위치정보와 그와 관련된 각종 상황정보(context)를 망라한 거대한 정보 인프라다. 최근 손바닥 안의 정보 집약체인 스마트폰 보급이 늘면서 공간정보서비스 시장의 수요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공간정보가 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비해 그 개념은 막연하고 낯설다. 최근 한 지인에게 공간정보에 관해 설명해주면서 새삼 놀랐다. 스마트폰 앱 하나만 예를 들어도 교통, 맛집, 지도, 쇼핑, 헬스케어, 여행, 비즈니스, SNS 등 그 활용범위가 셀 수없이 많았다.
사실 공간정보 관련 전문가들조차 공간정보가 어느 부문까지 활용될지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지 못한다. 시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정보기반인프라 성격으로 인하여 그 범위를 한정짓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공간정보가 주로 공공부문 영역에서 사용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마케팅이나 고객관리와 같은 민간산업 뿐만 아니라 관광이나 게임과 같은 개인의 여가활동에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10월 26일부터 나흘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2011 디지털국토엑스포’ 행사의 일환으로 실시한 ‘공간정보 아이디어 공모전’에 출품된 작품들을 보면 재기가 넘치는 아이디어들이 많다. 쓰러져 있는 사람을 신고하는 앱, 택시에 놓고 내린 물건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앱도 있고 여러 차량을 이용해 이동할 때 선두차량의 이동경로를 뒤 차량들에게 안내하는 앱도 있다.
이들 아이디어는 모두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일을 쉽고 편리하게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래에 활용될 유망한 기술은 크게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과 ‘사람들이 귀찮아하는 것을 최소화 하는 것’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공간정보는 후자에 해당한다. 그 활용범위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공간정보는 스마트사회를 구현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서명교 국토해양부 국토정보정책관 smk2000@korea.kr
-
안호천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