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그동안 숨겨졌던 일화가 새삼 화제다. 잡스는 본인의 비범한 혁신성과 열정을 드러내는 적지 않은 일화를 남겼다.
◇“잡스는 해적두목”=1980년대 애플 초기 시절 잡스는 직원에게 ’해군이 아니라 해적이 돼라!(Pirates! Not the Navy!)’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나눠 준 적이 있다.
소형 보트에 몸을 실은 소수 인원으로 거대 상선을 장악하는 해적의 효율적 팀워크를 본받자는 취지로 해석됐다. 잡스는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 애쓰는 직원보다 권위에 순종하지 않는 ’자유정신’ 소유자를 중용했다.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1985년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1997년 임시 CEO로 복귀한 잡스는 신기술과 신제품 관련 부서를 순시하고 진행 중인 제품 개발 계획을 몽땅 폐기하다시피 했다. 항의가 빗발치자 잡스는 단 두 단어로 임직원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아이팟, 아이팟터치, 아이폰, 아이패드 등으로 이어진 혁신 행진의 서막이나 다름없다.
◇“애플에 필요 없는 사람은 나가라”=스티브 잡스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직원에게 항상 “회사에서 하는 일이 뭐냐”고 묻곤 했다. 직원이 이에 답을 하면 다음엔 “하는 일이 회사에 도움이 되는가, 된다면 어떤 식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가”라고 다시 질문했다. 이에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한 직원에게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당신은 해고야”라고 말했다. 미국 회계기준이 복잡하다고 생각한 잡스는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애플만의 단순한 회계방식을 만들어 오라고 말한다. 하지만 제대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자 당장 그를 해고했다.
◇“평생 설탕물만 팔거요?”=제품개발에서 단순함의 미학을 추구한 잡스는 인재를 영입할 때 단순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화법으로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1983년 애플 주식공개 이후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라는 주주의 요구를 받은 잡스는 펩시콜라를 코카콜라의 호적수로 키워낸 존 스컬리 당시 펩시 부사장을 영입하기 위해 갔다. 당시 부침이 심한 실리콘밸리 유망주 중 하나였던 애플의 ’러브콜’에 떨떠름해하던 스컬리에게 잡스는 단 한마디만 남긴 뒤 발걸음을 돌렸다. “평생 설탕물만 팔면서 사시겠습니까? 아니면 저와 함께 세상을 바꾸시겠습니까?” 며칠 후 스컬리는 애플로 이직을 결정했다.
◇“내 안목을 인정하면 2000달러 시계가 아깝지 않다”=잡스는 고급 손목시계가 멋지다고 칭찬하는 사람에게 즉석에서 시계를 선물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디자인을 알아본 사람에게 ’경의’를 표한 것이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 타인(소비자)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 대한 남다른 관심 등 잡스 신화를 가능케 한 ‘특별함’을 말해주는 일화다. 이후 잡스는 집무실에 개당 2000달러(한화 약 237만원)짜리 시계 한 상자를 비치해 놓고 선물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