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남의 세일즈 2.0] (7)세일즈 핵심은 거래처 수요 관리

  세일즈2.0 시대에는 ‘세일즈 방법’뿐 아니라 ‘세일즈 관리’도 중요하다. 세일즈 1.0시대에는 주로 주문만 받고 사후 관리는 고객 서비스 부서의 몫이었다. 하지만 제품 라이프 사이클이 점점 단축될수록 주문 관리, 즉 수요 예측의 중요성이 더해가는 추세다. 아무리 주문을 많이 받더라도 예측을 잘못하면 완제품과 부품 재고 등으로 회사 사활이 걸리는 경우가 비일 비재하다.

 세일즈2.0 시대의 컨설턴트(Buying Consultant)는 새로운 제품 판매 기회 발굴만이 아닌 거래처 수요 예측까지 도와주어야 한다. 혹자는 거래처가 이미 발주했고 수요 예측을 했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이렇게 거래처 수요 예측만 믿고 회사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왜냐하면 발주를 하는 거래처 구매 담당도 수요가 어떻게 될 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부품업체가 부품을 납품하고 제품을 생산해 최종 소비자까지 가는 과정을 한 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최소 몇 개월의 차이가 있는지.

 거래처가 부품을 구매해 해외법인으로 보내고 해외 법인은 현지 유통 채널로 실어내고 현지 유통은 소비자가 다 사가야 추가로 발주한다. 하지만 다운스트림의 마지막인 소비자 구매가 6개월 후 어떻게 될 지 누가 정확하게 알겠는가. 마지막 수요 변화에 따라 업스트림으로 가면서 수요 예측은 춤을 춘다,

 보통 세일즈는 가장 앞단의 구매 담당과 일 한다. 구매 부서에서 발주를 잘못했다고 고소를 하겠는가, 어찌하겠는가. 방법은 세일즈 스스로 수요를 예측해 거래처 구매 담당을 도와야 한다. 수요 예측을 보통 부품업체는 ‘백록’ 관리라 하고 백록 관리만큼 영원한 숙제는 없다. 항상 공급 부족(shortage)과 과잉 재고 사이클을 반복하는 산업에서 백록 관리의 왕도는 없을까. 그렇게도 부족하던 자재가 유통 재고 조정을 시작하며 급격히 과잉으로 바뀌고 그렇게 남아돌던 자재가 갑자기 부족해지고.

 백록관리는 새삼 세일즈하는 사람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불과 한·두주 전만 해도 물건 더 달라고 난리치던 고객이 갑자기 이제는 못 받겠으니 취소하겠다 하고. 경영층에서는 백록 관리 그렇게 밖에 못하냐고 야단을 치고 중간에 샌드위치로 고뇌가 깊어지는 세일즈맨들. 하지만 한 번씩 사이클을 거치면서 경험에 의한 개선책을 하나씩 더해 갈 수 있다. 사이클이 한 번 지나가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일까. 100%는 아니더라도 노력하면 차이를 줄일 수는 있다. 첫째, 조달구매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말아라. 그들은 신이 아니고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둘째, 자신이 상대 거래처 조달 구매 담당자라고 생각해라. 그 사람의 입장에서 일을 해라. 이해 관계가 다른 ‘거래처와 공급처’로 생각하지 말고 상대 회사의 조달 담당이라고 생각해라. 사고의 전환이 해법이다. 당신의 거래처 구매 담당은 당신제품만 보는 것이 아니고 여러 제품을 다룬다. 하여 당신보다 집중도가 떨어진다.

 셋째, 거래처는 공식적으로 수요 예측을 하기 전 거래처와 재고, 기발주 현황, 수요 등을 미리 예측해본다. 거래처로부터 믿음에 근거한 절대적 지원이 필요하다. 결국 당신을 거래처 구매 담당으로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미리 준비된 당신의 수요 예측과 거래처가 생각하는 수요 예측을 비교하여 조정할 것은 조정한다. 넷째, 당신은 당신 거래처의 다른 공급처 납기 상황까지도 파악해야 함은 물론 거래처 세일즈 담당과도 라인을 구축해 수시로 세일즈 상황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더 나아가 거래처 해외 판매 법인에 인맥이 있다면 가끔씩 모니터링을 해보면 한발 앞선 수요 예측을 할 수가 있다. 멀티채널을 통한 수요 예측만이 정확도를 높이는 길이다. 가장 무능한 세일즈는 거래처 조달 담당 탓을 하는 사람이다.

 다섯째, 세일즈는 당연히 거래처에서 매주 회의에 촉각을 세워서 생산량 변동을 모니터링하고 회사 내부에 보고해 수요 예측에 반영토록 조치를 해야 한다. 여섯째, 과거 경험을 최대 활용해야 한다.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바보이다. 쇼티지 상황이 지나면 반드시 과잉 재고 문제가 생기며 과잉 재고 문제가 지속되면 발주를 줄여 어느 시점에는 반드시 쇼티지가 온다. 이점을 항상 반영해야 한다.

 이미 언급했지만 세일즈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다. 수익이 창출될 수 있도록 모든 관련 부서는 그대의 지휘봉을 주시한다. 수요 예측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얼마나 현명하게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납기문제 그리고 과잉재고 문제는 어느 정도 예방할 수가 있다.

 실제 본인이 근무하는 회사에서는 이 방식으로 국내 모그룹 회사와 지난 3년반 가까이 단 한 번의 납기 문제도 없었고 과잉 자재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구매에서 주는 일방적인 예측에 의존하는 단방향적인 세일즈 1.0은 어떻게 하면 거래처 구매담당에게 예측에 대한 컨설팅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기 바란다.

 

 페어차일드 전무 kn.kim@fairchildsem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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