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이동통신, 음성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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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세대(4G)서비스 시대가 열렸다. 와이브로에 이어 LTE서비스도 전용 요금제를 내놓고 마케팅 포문을 열었다. 4G강점은 역시 속도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정의한 4G속도는 정지상황에서 1기가(Gbps), 250㎞/h이상으로 이동할 때 100메가(Mbps)에 달한다. 집에서 쓰는 초고속 서비스와 맞먹는다. 7~8Mbps 수준의 3G에 비하면 15배나 빠르다.

 속도만 본다면 LTE 앞길은 탄탄대로다. 통신사업자도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다. 당장 SK텔레콤은 LTE 가입자가 올해 50만명에 이어 내년 500만명, 2013년 1000만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낙관했다.

 문제는 시장 반응이다. 정작 소비자는 “더 지켜 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미적지근하다. 이동 중에 100메가 속도라면 흥분할 법도 한데 어째 반응은 시원치 않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전용 LTE폰이 부족하고 전국 망 구축도 진행형이다. 이제 막 서비스를 시작한 시점에 시장 반응을 따지기도 이른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빨라진 속도에 맞는 ‘킬러’ 서비스가 없다.

 하지만 4G는 10년 주기로 바뀌는 새로운 통신 패러다임이다. 세대를 넘어 지금과 차원이 다른 서비스다. 4G에 반응이 더딘 배경을 단지 시간과 노력 부족으로 돌리기는 무언가 석연치 않다. 더 큰 이유 중 하나는 사업자 ‘마인드’다. 몸은 이미 4G를 달려 가지만 마음은 아직도 3G에 머물러 있다. 아직도 4G 강점을 머리 속으로 그리는 수준이다.

 SK텔레콤은 지난 주 사업자 가운데 4G LTE요금제를 처음으로 내놓았다. 눈길을 끄는 대목이 바로 음성 제공량의 축소다. 음성이 3G에 비해 20~30%가량 줄였다. 대신에 데이터 서비스 제공량을 크게 늘렸다고 강조했다. 1위 사업자에 이어 다른 후발 사업자도 비슷한 형태의 요금제를 신설할 것으로 보인다.

 4G시대지만 아직도 음성에 집착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음성은 사업자 입장에서 달콤한 유혹이다. 단기 이익을 위해서는 음성 통화만큼 확실한 방법이 없다. 아직도 대다수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음성이 확실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4G가 대중화하면 결국 음성은 인터넷폰에 밀릴 수밖에 없다. 요금이 쌀 뿐 아니라 이름·이메일 주소·아이디만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도 통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성은 스마트폰의 응용 프로그램일 뿐이다. 결국 4G 이후에는 사용자를 가장 많이 확보한 사업자가 음성 시장을 지배할 것이다. 애플과 구글이 이미 보여 주었다. 모바일 플랫폼을 장악해 통신시장을 뒤흔들면서 사업자의 지위를 일거에 무너뜨렸다.

 4G는 데이터 서비스다. 데이터를 위해 개발한 기술이다. 지금까지 이동통신이 음성이 주류였다면 4G는 데이터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음성 서비스의 종언이다.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불과 2~3년 후에 벌어질 일이다. 지금 당장 손쉬운 음성에 집착할수록 4G 킬러서비스는 개발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4G시대 통신사업자, 과감히 음성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살아 남는다.


 강병준 정보통신팀 부장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