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시가총액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를 추월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등 매체들은 IBM이 근 15년만에 MS의 시가총액을 추월했다며 이는 MS가 장악해왔던 PC용 소프트웨어 분야가 IT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축소됐기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IBM의 시가총액이 MS를 넘어선 것은 지난 1996년 이후 처음이다. MS는 지난해 애플에 시가총액 수위 자리를 넘겨준 후 또 다시 IBM에 역전을 허용했다. MS는 지난 99년 시가총액 6천억에 도달한 후 계속 하향세였다. PC용 소프트웨어 분야 지배력을 인터넷 검색과 모바일 분야에 까지 이어가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MS가 내리막 길을 걷는 동안 IBM은 과거 컴퓨터 준독점 기업으로서의 명예를 상당부분 회복했다. 마침 올 6월 IBM은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MS의 주가가 3.9% 상승하는 동안 IBM은 무려 주가가 34% 가량 상승했다. 올 한해 IBM 주가는 19% 상승한데 반해 MS 주가는 11% 하락했다.
‘팩트세트 리서치(FactSet Research)’에 따르면 지난 금요일 뉴욕증권시장과 나스닥 시장 마감 기준으로 MS 시가총액은 2천 132억 달러였다. IBM과 애플의 시가 총액은 각각 2천140억 달러와 3천620억 달러인 것으로 조사됐다.
IBM의 회생에는 지난 2002년 루이 거스너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이양받은 사무엘 J. 팔미사노 현 회장의 경영 전략이 주효한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팔미사노 회장은 ‘포스트-PC시대’를 염두에 두고 6년전 PC사업 부분을 중국 레노버 그룹에 매각했다. 대신 서비스IT, 기업용 소프트웨어, 프리미엄급 하드웨어, 컨설팅 사업에 핵심 역량을 집중했다. 250억 달러를 이 부분에 신규 투자했다. 이런 경영 전략은 다른 IT 업체들이 흉내내기 힘든 부분이었다. 100여년 가깝게 컴퓨터와 IT산업에서 쌓아온 노하우와 명성이 한데 결합한 전략이었다.
IBM은 지난 30분기 이상 연속 주당 순이익이 증가했다. 지난 2001년 대비 20% 이상 판매 실적이 개선됐다. 하지만 42만 6000명에 달하는 기업을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증가하지 않았다.
비즈니스위크는 테드 쉐들러 포레스터 리서치 애널리스트의 발언을 인용해 “IBM이 기술을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일찌감치 컴퓨팅 기술이 책상위에 놓인 박스를 넘어설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는 분석이다.
팔미사노 회장은 오는 2015년 2백억 달러 이상의 추가 매출과 주당 20달러의 영업이익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놓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스마터 플래닛’으로 불리는 새로운 시장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물론 MS도 그동안 가만있지 않았다. 온라인 광고와 게임 사업으로 다각화했지만 여전히 PC용 운영체제인 ‘윈도’와 사무용 소프트웨어인 ‘오피스’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의 60% 가량을 윈도와 오피스에서 달성했다. ‘빙’이라는 검색 부분 매출이 증가했지만 회사 경영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노키아와 제휴해 윈도폰 사업을 강화하고 있으나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최근 삼성전자와도 전략적인 제휴를 했다.
테드 쉐들러 포레스터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MS가 전통적인 이노베이션 기업들의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여전히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PC용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의 함정에 빠져 있다는 의미다.
투자자들은 MS의 오피스 온라인 사업과 서버용 소프트웨어 등에서 일부 진전이 있지만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IBM이 시가총액에서 MS를 추월했다는 것은 상징성이 매우 크다. 그만큼 MS의 위기가 커 보인다. 게다가 IBM은 일찌감치 PC사업 부문을 덜어냈다. 당연히 MS보다는 부담감이 덜한 편이다. 이번 MS 추월을 기반으로 상승 탄력도 받았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