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그룹이 협력업체 보안 시스템 수준을 직접 챙기고 있다. 글로벌 수출이 확대되면서 상생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핵심 기술 유출 가능성도 막기 위해서다.
15일 현대·기아차그룹은 주요 협력업체에 연 2회 보안 수준 실사를 실시하는 등 협력업체 보안관리 수준 향상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반기에 첫 실사가 진행된데 이어 하반기 2차 실사를 앞두고 협력업체의 행보도 빨라졌다. 실사 대상 기업은 주요 1~2차 부품 협력업체를 포함해 170개 이상이다.
현대·기아차는 올 초 강도 높은 보안 전략을 구체화한 이후 그룹 차원에서 보안 수준 심사기준과 양식을 마련했다. 협력업체마다 상이한 보안 수준을 상향평준화하고 완성차-부품업체로서 글로벌 동반 성장을 위한 보안 인프라를 한층 강화하자는 취지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산업에서 보안이 핵심 경쟁력인 만큼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부품업체의 해외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점검·진단 및 컨설팅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보안 관련 국제 규격을 협력사들이 인증받으려면 많은 비용이 투입되므로 이를 위한 기반 지원을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실사 작업은 그룹 계열사 보안을 맡고 있는 현대차 정보보안기획팀 등으로 구성된 실사단이 협력업체에 하루 이상 파견돼 이뤄진다. 출입 통제를 포함해 물리적 보안, 관리적 보안, 기술 보안 등 전 영역에 걸쳐 설문조사와 인터뷰, 점검작업이 진행된다. 서면조사에만 약 한 달 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할 정도로 강도 높은 보안 수준 평가가 동반된다.
주로 보안 IT 수준을 평가하는 기술보안 영역은 △네트워크 보안 △사용자 보안 △서버 보안 △데이터 보안 등 하위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총합 80점 만점에 각 항목에 0점, 4점, 7점, 10점 4개 등급 점수가 매겨진다.
현대·기아차는 총합은 물론이고 각 영역에 대한 평균점수 등을 상시 관리하면서 협력업체 보안 시스템 수준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현대·기아차 협력업체 한 관계자는 “지난 5월 실사에 참여했는데, 현대차뿐 아니라 유럽·미주 등지 완성차기업들이 요구하는 보안 수준이 매우 강화되면서 보안을 위한 IT 투자 필요성이 높아져 검토를 확대 중”이라고 말했다. 또 “독일 등지 일부 완성차기업은 보안이 미비하면 거래 자체를 거부할 정도고, 현대차는 대형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관리를 점차 강화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에 보안 시스템 시장에서도 주요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국내 보안 시스템업체 관계자는 “현대차 실사 강화로 인해 주요 협력업체로부터 보안 시스템에 대한 전면 재구축 및 추가 투자를 위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