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 대기업들의 인수합병(M&A) 전략 부재가 새삼 도마 위에 올랐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와 HP의 PC사업 매각과 SW기업 인수 발표가 결정적인 계기다.
외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은 꼭 필요한 기술과 인재를 보유한 기업이 있다면 규모와 상관없이 적극 인수한다. 직접 할 때보다 비용이 많이 들지만 시간을 아낄 수 있고 효과도 높다는 판단이다. 미국과 유럽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과 대만 기업도 이렇게 접근한다. 한국과 일본 기업들만 M&A에 보수적이다. 우리 기업들은 일본 기업보다 더 하다. 폐쇄적인 기업문화, 누적된 실패 경험, 전문가 부족, 정부 규제와 부정적 여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대기업들은 이렇게 항변한다. "인수할 만한 기업도 없다. 우리나라 기업을 사면 ‘문어발 확장’이니 ‘특혜’니 정부 규제나 여론의 비판을 받는다.“ 이는 핑계일 뿐이다. 미래 사업 전략도, 기술 기업을 보는 눈도 없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 밖에 안 된다. 다국적 기업들은 최근 우리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나 인수를 활발하게 시도한다. 이들 중소벤처 가운데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곳은 거의 없다.
정부 규제와 부정적인 여론은 확실히 걸림돌이다. 동반성장론의 득세로 더욱 나빠졌다. 하지만 이 또한 대기업이 제값을 치르고 인수한다면 점차 해소할 수 있는 문제다.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난 몇 년간 대기업이 기술기업을 거저먹으려 하거나 안 되면 아예 발을 못 붙이게 한 사례가 제법 있다.
대기업들은 지금까지 M&A 없이 잘 성장했다. 더 이상 곤란하다. 광속도로 기술과 시장이 바뀌는 시대다. 모험을 감수하지 않고 외국의 거인들과 경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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