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5년 발전소 설계기술 자립을 목표로 설립된 한국전력기술이 제2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 전력플랜트 분야 세계 5위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규모 원전건설 설계사업 수출 계기로 해외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사업 영역도 설계 중심에서 시공·구매로 확대했다.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IT개편이 불가피하다. 이미 대대적인 IT고도화를 시작한 한국전력기술의 정보전략을 총괄하는 김충태 정보전략실 상무를 만났다.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정보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신규 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IT체계도 마련해야 합니다.”
김 상무는 한국전력기술 정보전략실 미션에 대해 이같이 말한다. 이러한 IT혁신은 이미 시작됐다고 덧붙인다.
한국전력기술 IT혁신은 지난해 초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한국전력기술은 UAE 내 두 개의 대규모 원전건설 사업을 연이어 수주했다. 원전 종합설계 용역과 원자로계통설계 용역이다. 두 사업 모두 2010년 착수돼 2020년까지 10년 동안 진행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그러나 사업 초기 문제가 발생됐다. 해외에서 국내 정보시스템에 접속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당연히 데이터 송수신도 불가능했다. 원전 종합설계는 설계정보시스템에 접속하지 않으면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이는 현 시스템이 클라이언트서버(CS) 기반으로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기존 정보시스템에 대한 각종 한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IT혁신이 필요하게 된 배경이다. 한국전력기술은 가장 먼저 명칭부터 바꿨다. 지난해 1월 정보전산실을 정보전략실로 바꾼 것이다. 기존 전산실의 시스템관리 업무를 넘어 기업경영을 지원하는 정보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안승규 사장의 지시다.
다음으로 해외진출 및 사업 확대를 위한 IT선진화 컨설팅을 실시했다. 정보전략실 주도로 현업이 참여하는 TDR(Tear-Down & Redesign) 과제도 시행했다. 이를 통해 한국전력기술은 △기존 CS기반 정보시스템 웹기반으로 전환 △산재된 단위 업무시스템 통합 및 폐기 △노후화된 하드웨어 교체 △기술자료 보호를 위한 통합보안시스템 구축 네 가지 실행과제를 도출했다.
이중 가장 큰 사업은 기존 정보시스템을 웹기반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통합플랜트정보관리시스템(IPIMS)과 경영정보시스템이 대상이다. IPIMS는 세계 최초로 한국전력기술이 자체 개발한 CAD기반 엔지니어링 설계시스템이다. 설계정보 생성, 형상관리, 변경관리, 승인·검색 등 설계에 필요한 기능을 통합 제공한다. IPIMS는 올해 말까지 1단계 사업을 통해 해외에서도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웹기반으로 전환된다. 내년부터는 2단계로 대대적인 성능 개선 프로젝트를 1년간 진행한다. 인사·급여·교육 등 기능을 제공하는 경영정보시스템도 웹기반으로 재구축된다.
사업정보·급여·조직·노무·직무이력·경영현황정보·지식사항관리 등 100여개 단위시스템들도 통합 및 폐기된다. 김 상무는 “지금 내부 업무 포털에 들어가면 각종 업무시스템 메뉴들이 나열돼 있는데 찾기가 힘들고 하나하나 시스템을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불편함이 많다”면서 “전사 포털을 통해 업무시스템을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용하지 않는 20여개 업무시스템은 폐기한다. 이 사업은 지난해 수립된 업무시스템 통합 및 폐기 계획에 따라 내년 말까지 진행된다.
하드웨어 교체 작업도 추진된다. 한국전력기술이 보유하고 있는 100여대 서버는 대부분 사용한지 5년 이상 지나 노후화됐다. 따라서 장애발생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작년 말 일부를 시작으로 오는 2013년말까지 단계적으로 교체를 완료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에 따른 도면 등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정보보안도 강화한다. 앞서 한국전력기술은 SK C&C를 통해 보안 컨설팅을 받아 17개 정보보안 과제를 도출했다. 이 중 이동저장장치(USB)보안, 네트워크접근통제, 출력물 실명제 등 3개는 올해 수행하고 있다. 그 외 14개 과제는 2012년과 2013년 나눠 수행한다. 김 상무는 “4대 핵심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100억원 IT예산을 사용한 데 이어 올해는 15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IT 신기술에 대한 고민도 적극적이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모바일오피스 도입이 핵심이다. 한국전력기술은 애플리케이션 클라우드 컴퓨팅 적용 방안을 고민 중이다. 김 상무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150종이 넘는다”면서 “유지보수와 신규도입 비용을 줄이는 방안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기술은 유지보수 및 신규도입 비용으로 각각 연간 20억원씩 지출하고 있다. 가상화도 적극 도입한다. 현재 외국인 16명에 대해 서버기반컴퓨팅(SBC) 기반 데스크톱 가상화를 적용하고 있다. 하반기에 협력업체 직원 600명에게도 확대 적용한다. 이후 전사 적용을 추진한다. 서버 가상화도 앞서 TDR 과제로 검토한 바 있다. 내년부터 시범 적용한다. 모바일 오피스는 향후 정부 모바일 보안 지침이 발표되면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현재는 실·처장 이상 간부 100명을 대상으로 직원검색, 공지사항, 단순메일 등 비보안업무 중심으로 시범 적용하고 있다.
한국전력기술은 대규모 IT고도화 사업 성공 조건으로 조직 및 IT인력 역량 강화를 꼽는다. 김 상무는 “그동안 정보시스템의 변화가 없다 보니 인력들도 변하지 않았다”면서 “이를 깨기 위해 가장 먼저 비즈니스와 IT 경계를 허무는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IT직원을 50여개 사내외 세미나에 참여시킨 데 이어 올해도 각종 세미나에 참여시키고 있다. 현업과 IT직원이 함께 모이는 스터디그룹도 만들었다.
<약력>
김충태 한국전력기술 상무는 1956년 생으로 한양대학교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했다. 1985년 한국전력기술에 입사해 전력기술개발연구소 전력전산팀장 등을 역임했다. 그동안 발전소 응용 프로그램 개발업무를 전담해 왔다. 이후 2010년 1월 정보전략실장으로 선임돼 CIO를 맡고 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