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장르에 충실한 영화가 보고 싶다면 ‘최종병기 활’이 제격이다. 드라마를 삭제하고 활이라는 소재 하나에 집중한 이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역적의 아들 남이(박해일)는 어릴 적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활 한 자루로 누이동생 자인(문채원)을 지키며 자란다. 자인은 신세 지던 사대부 집안의 아들 서군(김무열)과 백년가약을 맺지만, 혼례식 날 청나라 군대가 들이닥치면서 행복은 산산조각 난다. 남이는 자인을 찾아 험난한 추격전을 거듭하고, 청 장수 쥬신타(류승룡)와 숙명적 맞대결을 벌이게 된다.
최종병기 활은 높은 수준으로 호평 받았던 드라마 ‘추노’‘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칼에 비해 정적인 동작으로 이루어진 활의 액션은, 거대한 무리로 부터 지켜야 할 존재(자인)를 빼앗긴신 사내(남이, 서군)들의 잰 발걸음으로 보완됐다.
육량시 등 실존했던 활과 화살의 종류를 그대로 재현한 것도 볼거리다. 이미지의 재현을 넘어 각 활의 특성에 맞는 사운드를 채집해 긴장감을 높였다.
간결한 서사는 오히려 장르에 힘을 더해준다. 관객들은 두시간 동안 이들의 군더더기 없는 추격전을 즐기면 된다.
‘극락도 살인사건’, ‘핸드폰’ 등 전작에서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장르에 대한 애정을 과시한 김한민 감독은 최종병기 활에서 응축되고 숙성된 연출의 힘을 보여준다. 부산스럽지 않게 호쾌한 관통의 쾌감을 느끼려면 지금 이보다 알맞은 영화는 없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