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끝에 비친 햇살처럼 한국영화가 모처럼 기지개를 펴고 극장가를 접수했다.
각종 영화예매사이트에서도 한국영화가 1·2·3위를 휩쓰는 등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교한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진 블록버스터 영화부터 사극액션, 스릴러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광복절 연휴 기간 동안 극장을 시원한 피서지로 활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번 주 개봉한 ‘최종병기 활’이 맥스무비 극장예매순위 1위를 달성했다.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조선 최고의 신궁과 청의 처절한 싸움을 그렸다. 민족적인 정서에 추격액션의 영화적 재미를 덧붙여 주목을 받고 있다. 긴박한 순간마다 날카롭고 위력적인 활의 움직임을 포착한 화면 연출과 긴밀한 편집이 개봉 전 시사회를 통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배우 박해일과 류승룡의 연기대결도 볼거리다.
최종병기 활에 이어 또 하나의 국산 영화 기대작이 이번 주 개봉한다. 미궁에 놓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설정에서 출발한 ‘블라인드’다. 오감을 활용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가는 독특한 방식의 추적 스릴러로 상처를 가진 주인공의 극복 과정을 함께 엮어 감성적 부분도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로맨스 영화에 주로 등장한 배우 김하늘이 맹인 연기를 선보이며 유승호가 그녀를 도와 사건을 해결해가는 또 다른 목격자로 등장한다. 영화는 여대생 실종사건과 뺑소니 사고가 연속으로 벌어지고 두 사건의 가해자가 동일인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시작한다.
여기에 완성도 논란에 휩싸인 영화 ‘7광구’도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 관객들을 맞는다. 훌륭한 컴퓨터 그래픽을 선보였으나 앞뒤가 맞지 않은 전개와 무리한 연출, 억지스러운 대사로 관객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그러나 비평가 및 관객들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말 극장가를 접수, 첫 주에만 135만명을 동원했다. 이번 연휴기간 관객평가가 향후 장기흥행에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광복절을 맞아 묵직한 메시지를 다룬 한국영화 한편도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한국전쟁의 숨겨진 역사를 다루는 ‘고지전’은 휴전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교착전이 한창인 동부전선 최전방의 전투를 다뤘다. 한민족은 해방됐지만, 남과 북으로 나뉘어 서로 총을 겨눠야 하는 현실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실제 전쟁터에 대한 생생한 재현 이외에도 광복절을 맞아 관객들에게 색다른 공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