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ㆍ연기금 투입에 주가 폭락세 진정

브레이크 없이 폭락하던 증시에 급제동이 걸렸다. 공포와 충격에 휩싸인 주식시장에서 정부와 연기금이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낸 덕분이다.

코스피는 9일 1,700선까지 무너지며 장중 1,684.68까지 하락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악재가 불거진 이후 외국인들이 매도공세를 계속 펼친데다 시장을 짓누르던 공포가 진정될 기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증시는 바닥이 어디인지 도무지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추락하는 듯했으나 오후 들어 급반등했다. 연기금이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결과다. 연기금 매수세가 유입되고서 지수는 낙폭을 줄여 전날보다 3.64% 내린 1,801.35로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이드카가 이틀 연속 내려지고 코스닥시장에도 서킷브레이커(CB)가 잇따라 발동될 정도의 `쇼크`가 크게 진정된 것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연기금은 5천53억원을 순매수하며 1조1천억원 넘게 판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맞섰다. 미국발 신용 공포에 밀리기만 하던 증시에서 버팀목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연기금의 자금 투입 움직임은 시장의 불안심리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등은 최근 국내 증시가 공황 상태에 빠지자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선 데 이어 매도 규모를 늘리겠다는 뜻을 9일 밝혔다. 국민연금도 주가 방어 노력에 합세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연기금은 지난 5일과 8일에도 각각 4천852억원, 4천79억원을 순매수했다. 연기금의 3천억원 이상 순매수는 2008년 10월 미국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정부의 강력한 시장 개입 의지도 폭락세를 막는데 일조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증권업계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고 시장 수호 의지를 밝혔다.

삼성증권 박승진 연구원은 "수급 측면에서 연기금 등 국기기관에서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낙폭이 줄었다"며 "대만 정부가 대규모 펀드 조성으로 주가를 부양한다는 소식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기대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요하던 국내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된 데는 국외 소식도 한몫했다.

미국은 9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 산하 FOMC 회의를 열고 제3차 양적완화 조치 등 경기 부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도 최근 주가 폭락이 지나치다며 주가 부양에 나섰다. 중국 연기금은 상하이종합지수가 100포인트 떨어질 때마다 주식형 펀드의 주식편입 비율을 20%포인트씩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런 노력이 주효한 듯 9일 오전 폭락하던 상하이종합지수가 오후 들어 상승세로 반전했다.

대만 정부도 4개 펀드를 통해 대규모 주식 매입에 나서 폭락하던 지수를 끌어올렸다.

9일 오전 4% 급락했던 대만증시의 가권지수는 오후 한때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반등에 성공하며 0.79% 하락으로 마감했다.

앞서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유동성 공급을 합의했으며 유럽 중앙은행(ECB)의 이탈리아ㆍ스페인 국채 매입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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