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을 투자하겠다던 소프트웨어(SW) 수요창출 프로젝트 일명 ‘월드베스트 SW(WBS)’ 사업에 목표에 훨씬 못 미치는 2000억여원만이 지원된다.
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지식경제부는 WBS의 마지막 사업연도인 내년도 지원예산을 1000억원으로 확정했다. 3개년간 누적 예산은 총 2240억원에 불과하다. 1조원을 투자해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하겠다던 MB정부의 다짐이 공허하다.
지경부는 지난해 1차 사업으로 7개 과제를 지정, 260억원을 지원했다. 올해는 2차 사업(5개 과제)에 440억원, 올 연말 확정될 3차 사업(10~12개 과제 선정 예정)에 440억원을 각각 책정해놓고 있다.
100억원의 에너지 관련 SW 연구개발(R&D) 예산까지 합해도 올 한 해 집행예산은 1240억원에 불과, 당초 정부가 약속했던 4000억원에 턱없이 모자란다. 내년도 예산 1000억원 역시 지난해 발표된 WBS 예산 원안의 25% 수준에 그친다.
각 WBS 수행과제 사업비 지원은 물론이고 △대형 SW 시범사업 △SW 지재권 자문센터 설립 △SW M&A 펀드 조성·운용 △SW기업 세제지원 확대 등 각 세부 추진과제가 전면 축소 또는 백지화된다.
1차 사업을 수행 중인 중소 SW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1조원 지원 약속을 믿고 수개월 준비기간과 심사를 거쳐 프로젝트에 참여했지만 예상보다 지원금이 적어 중도 포기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1·2차에 걸쳐 총 920억원이 조성된다는 ‘SW M&A 펀드’만 믿고 신규 사업을 추진 중이었으나, 정부 쪽에서 아무런 조치가 없어 지금은 손 놓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WBS 사업 주관부처인 지경부 관계자는 “애초에 청와대에서 급작스럽게 마련된 사업이라 예산 당국과의 사업비 사전 조율이 원만하지 못했다. 범부처 차원에서 수행되면서 추진주체가 모호해진 점도 예산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의 정책의지 부족으로 WBS 육성은 물론이고 SW산업을 육성하겠다던 MB정부 공약마저도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WBS 육성정책은 작년 2월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제45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오는 2012년까지 3개년간 총 1조원을 투자해 세계적인 SW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업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표> 연도별 WBS사업 예산 내역
*사업관리비·품질관리비 포함
<자료: 청와대·지경부>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