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이미지 부문에서 ‘특허 괴물’ 역할을 했던 코닥이 1100개의 관련 특허를 팔 계획이다. ‘노텔 특허 확보전’에 버금가는 상황이 재현될 전망이다.
21일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닥이 디지털 이미지 관련 특허 1100개를 현금화하는 방법으로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닥이 회사 자산의 10%에 해당하는 특허 판매를 결심한 것은 부채 상환으로 자금 압박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애플·리서치인모션(RIM)과 이미지 미리보기 특허 분쟁에서 승소하며 10억달러의 로열티 수익을 자신했지만 빚을 갚는데 급급했다.
WSJ은 코닥의 현금 보유량이 올해 초 16억달러에서 3월말 13억달러로 급감한 반면, 당장 내년까지 갚아야 할 부채가 5억달러라고 전했다. 2013년에 만기인 부채가 3억달러를 포함해 코닥의 장기부채는 14억달러에 달한다.
코닥이 해당 특허를 모두 팔 경우 현금 가치는 20억달러로 빚을 모두 갚을 수 있는 수준이다. 특허 판매를 주관하게 될 라자드은행 측은 코닥이 모든 특허를 한 기업에만 팔기를 원하고 있어 45억달러 규모였던 노텔 특허에 이은 대규모 특허 확보전이 예고된다.
131년 역사의 코닥은 아날로그 필름 시장에서 최강자였지만 디지털 카메라 시대에 들어오면서 매출이 급감하자 특허 괴물로 변신을 꾀했다.
2008년 이후 적극적인 특허 소송으로 벌어들인 로열티 수익과 배상금만 20억달러다. 특히, 코닥이 보유한 이미지 캡처, 저장, 공유와 관련된 특허는 대부분 디지털 카메라 및 휴대폰 카메라의 핵심 기술이어서 코닥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 제조사가 드물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몇 달간 로열티 수익은 점점 감소했으며, 1분기 코닥은 지재권 부문에서 이익을 내는데 실패했다. 또 디지털 프린터 사업에서도 손해를 보면서 기업 경영이 어려워져, 특허 판매를 대신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올해 들어 코닥의 주식은 3분의 2가량 떨어져 20일(현지시각) 2.34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30년 만에 최저치였다.
도이치뱅크 크리스 위트모어 애널리스트는 “특허는 코닥이 가진 자산 중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이라며 “코닥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특허 판매를 대행할 라자드은행은 최근 노텔의 특허 판매를 주관한 바 있으며, 현재까지 코닥은 특허 판매 일정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상태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