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망 중립성 원칙 수립이 시급한 것은 하루빨리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의 고리를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망 중립성을 놓고 통신사업자와 타 진영의 시각이 엇갈리다보니 둘 사이에 빚어지는 마찰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동통신사업자가 무료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을 차단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1000만명이 사용하는 이른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이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네티즌은 이통사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한 차례 소동 끝에 이통사가 카카오톡으로 늘어나는 데이터 트래픽을 분석하고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찾고 있다는 것이 ‘차단설’로 확대·재생산된 것으로 정리됐다.

 하지만 그 사이 이통사는 물론이고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 1000만명에 이르는 카카오톡 이용자 모두 편치 않은 상황을 겪었고 그 불편함은 아직도 깔끔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이통사는 자신들의 직접적인 경쟁서비스인 음성통화로 발전해나가는 모바일메신저를 경계하고 있고 메신저업체는 이통사로부터 언제 서비스를 제한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사업을 진행하는 불편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근거 없는 루머를 접하는 이용자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결국 우리 통신시장에 망 중립성과 관련해 뚜렷한 원칙과 규칙이 없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통신사업자가 불가항적인 사유에 따라 네트워크 제어에 나서도 비난을 받고 인터넷·콘텐츠업체는 합법적인 서비스를 내놓아도 차단 우려 때문에 사업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문제를 겪는다.

 전문가들은 “하루빨리 한국형 망 중립성 정책을 수립해 각 사업 주체가 명확한 원칙 아래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