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하이닉스 인수 철회로 무산되는가 했던 하이닉스 매각이 SK그룹과 STX그룹의 인수 검토로 급물살을 타게 됐다. SK그룹은 최근까지 현대중공업과 함께 인수가능성을 타진해온 2개 그룹 가운데 하나며 STX도 잠재후보로 언급돼 왔다.
SK그룹과 STX그룹이 막대한 자금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부담감을 감내하면서까지 하이닉스 인수에 뛰어든 이유는 ‘신수종 사업 확보’와 ‘사업 다각화’로 요약된다.
내수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SK그룹은 주력 사업인 통신사업과 정유가 성장 한계에 도달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반도체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하이닉스 인수가 성사되면 SK그룹은 통신서비스와 정유, 반도체를 3개 축으로 그룹 미래 청사진을 그리게될 전망이다.
SK그룹은 하이닉스를 인수하면 국내 최고 수출 품목인 반도체 분야에 참여하면서 내수와 수출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SK그룹은 반도체 사업 진출을 이전부터 타진해왔다. 지난해에도 하이닉스 인수를 검토했으나 우선순위에서 중국 사업에 밀려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에는 국내 팹리스 기업인 엠텍비젼과 반도체 설계 및 유통 합작사인 SK엠텍을 중국에 설립해 반도체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SK 측은 “최종 결심이 선 것은 아니다”라며 “그룹이 반도체와 관련된 사업을 하지 않아 시너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반도체 산업 자체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과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STX그룹은 ‘사업 다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STX는 계열사가 주로 조선해양 분야에 수직 계열화돼 있어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와 함께 수직 계열화는 경기 변동에 따라 매출 편차가 커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단점도 제기돼왔다.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가진 이종철 STX 부회장은 “STX는 해운과 조선 의존도가 90%여서 사업다각화 필요성을 느껴왔다”며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오늘 기준으로 보면 대략적으로 인수에 2조4000억원가량 드는데 STX가 경영권을 갖는 범위 내에서 중동 펀드와 약 50%씩 투자하고 현금성 자산 및 처분 가능한 우량 자산 매각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STX는 이미 중동 국부펀드로 2조원에 달하는 인수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와 STX 참여 외에 현대 계열사의 전격적인 참여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이 인수 후 막대한 추가 투자자금 및 정치적 부담으로 하이닉스 인수를 철회했지만 범 현대가에서는 어느 식으로든 하이닉스를 인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매각을 위한 그림이 그려진 가운데 매각 성사의 가장 큰 관건은 역시 가격이다. 인수기업들은 반도체 경기가 다운턴(하향시기)으로 접어든 만큼 주가 하락을 반영해 매입 가격을 최대한 낮춰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은 현재 가격이 적정가격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이닉스 매각이 이제 시작된 셈이다.
기업 비교
기업집단순위는 한국토지주택공사 및 한국전력 등 공기업을 제외한 순위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