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빅뱅]<2부>스마트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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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차장 지붕’ 때문에 게임을 못 만드는, 해괴한 일이 있었다.

 앞뒤는 이렇다. 3D 컴퓨터 디자이너인 정덕영 씨는 지난해 지인들과 모바일 게임 회사를 창업한 후 올해 초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한국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게임물등급위원회 심의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복잡한 과정도 그를 지치게 했지만 심사 신청 자체를 못하게 된 사유는 기가 막힐 정도였다. “제가 빌린 오피스텔 건물의 주차장 지붕이 불법 건축물이기 때문에 철거하거나 벌금을 물지 않으면 게임업체 등록을 시켜 줄 수 없다는 겁니다.” 구청 직원 역시 황당해 하며 “이런 규정이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랬던 정부가 앞으로는 ‘똑똑해’진다. 정 씨와 같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생기는 것을 막고, 인허가와 관련된 정보의 ‘A부터 Z’까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온다. 지금도 일부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되고 있는 행정안전부의 ‘행정공간정보체계구축’ 사업을 통해서다. 삼성SDS 컨소시엄이 주 사업자로 18개 기업에서 13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2008년 처음으로 자치단체 행정업무 공간정보 연계활용 ISP가 수립된 이후 현재 4차까지 이어지고 있는 중장기 사업이다. 현재까지 300억여원이 투입됐다.

 기자가 광화문 정부청사 맞은 편 도렴빌딩에 위치한 사업단을 방문한 22일, 그 곳에 상주하는 100여명의 직원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보였다. 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김학길 프로젝트 매니저(PM·삼성SDS 수석보)는 “부산·대전·제주에 서비스되고 있는 ‘생활공감지도서비스’를 올해 말부터 11개 지자체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생활공감지도서비스는 국가가 가진 도로지도·시설물 및 건물, 민간 영업장 등의 위치 등 행정공간정보와 민원행정처리·인허가·창업지원·주민안전서비스 등 각종 대민서비스가 결합한 대국민 서비스 모델이다.

 예를 들어 PC방을 개업하고 싶은 사람은 생활공감지도서비스의 ‘인허가가능지역 진단서비스’를 이용해 몇 분만에 희망지역의 법률에 따른 적합지 사전진단과 각종 규제사항, 처리해야 할 민원업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이사를 가려는 사람에겐 ‘새집찾기 길라잡이’를 통해 부동산 가격, 역세권 분석, 지역 매력도 분석 등이 한 번에 제공된다. ‘스마트 주민안전도우미’ 기능을 통해 자녀의 안전한 통학로, 휠체어가 이동 가능한 길을 손쉽게 지도상에서 검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증강현실을 이용한 주변의 각종 시설 조회도 가능하다. 가로등 고장이나 쓰레기 불법 투기 등 불편 사항이 있을 때엔 스마트폰으로 사진만 찍어서 전송하면 위치 정보를 파악해 관할 관공서로 정보가 자동 전송된다.

 김 PM은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도 이와 같은 지도 서비스가 있긴 하지만, 각종 영업점의 휴·폐업정보, 보도블럭 돌출 현황, 가로등 위치 등 세부적인 행정정보 DB를 기반으로 구축해 차원이 다른 지도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사업단은 이들 서비스를 포함한 총 9가지 애플리케이션을 완료하고 시범적용 중이다.

 대국민 서비스 뿐 아니라 공간정보를 활용한 행정업무시스템도 한창 개발 중이다. 행정대장 통합관리와 사업장의 분포·위치 관리를 비롯해 공간적 규제 판단을 통한 인허가 업무처리, 공간정보 기반의 지도점검·공유재산 실태조사 등이다. 사업단이 시스템 구축을 맡고, 이를 스마트폰·패드에서도 사용하기위한 모바일 ISP 수립은 행안부 미래정보화과가 추진 중이다. 이것이 완성되면 현장업무 효율성이 한결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다. 올해까지 25개 로드맵을 완성해 13개 시도, 122개 시군구에 적용할 계획이다.

 김 PM은 “행정 정보는 보안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강화하는 작업을 꼼꼼히 수행한 수 스마트기기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민원 처리 기간을 대폭 줄이고 투명성도 대폭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사업에 필요한 공간정보를 구성하기 위한 각종 기초정보는 대부분 기존 각 부처에서 관리해오던 정보들이다. 여기에 현장 조사를 통한 현황이 추가되어 지도에 입혀진다. 흩어져 있던 정보를 한 곳에 집약해 공간정보 형식으로 제공하는 셈이다. 한편으론 전국통합표준시스템으로 구축되기 때문에 부처 간, 또 지자체의 협동이 선행되야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자칫 개별 지자체 특성에 따른 유연성이 부족할 수도 있는 건 계속 보완해 나가야 할 숙제다.

 김 PM은 “차세대 스마트 정부로 가기 위한 고도화 단계로 봐달라”며 “국민 편의와 행정 효율성을 대폭 향상하는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턴 본격적으로 서비스 및 업부 확산에 돌입하게 된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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