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조선·TV에 이어 2차 전지 산업에서도 ‘극일(克日)’ 신화가 재현될 것인가. 올 국내 2차 전지 산업계의 최대 화두다.
결과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한국은 1999년 이 분야에 진출한 지 12년 만인 올해 20년 동안 부동의 1위를 지켜온 일본을 추월할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2차 전지 1위 한국”=근원지는 다름 아닌 일본이다.
일본 IT전문 시장전망기관 IIT는 최근 보고서에서 “20년 동안 일본이 지켜왔던 중소형 2차 전지(리튬이온전지) 시장 1위가 올해 한국으로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관은 나아가 “올해 한국은 38.5%, 일본은 38.4%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IT만이 아니다. 또 다른 일본의 시장조사기관 테크노시스템리서치는 ‘2분기 역전’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테크노시스템리서치는 “올해 1분기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일본이 38%, 한국이 37.7%로 거의 동률을 이뤘다”면서 대지진의 영향을 받은 일본이 한국에 추월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개별기업 단위에서는 이미 한·일 역전이 이뤄졌다. IIT 조사결과, 삼성SDI는 사업 시작 11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일본 산요를 제치고 리튬이온전지 세계 1위 기업에 올랐다. LG화학은 산요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약점은 무엇=국내 2차 전지 산업은 선두 일본에 어느 정도 추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주도권을 확보한 것일까.
원천기술 및 소재기술의 격차가 여전히 크고 소재 국산화율이 낮다는 게 문제다. 일본의 반격을 예상할 수 있다. 추격에는 성공했을 지라도 안심할 수 없단 얘기다.
실제 이디리서치가 2010년 기준 미국 내 등록된 2차 전지 특허 4443건을 분석한 결과, 일본의 보유 비중이 2612건, 비중 58%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5년 연속 특허 1위를 기록 중이며 지난해 696건을 등록한 한국과는 큰 차이가 아닐 수 없다.
특허 분석에 관한 상세 결과는 오늘 오전 열리는 ‘2011년 2차 전지 분야 그린에너지기술지수(GETI) 글로벌 리포트’ 강연서 공개된다.
소재 역시 우리가 취약한 분야다. 전자부품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이 강한 중소형 2차 전지조차 소재 국산화율은 60% 수준이고 전기자동차용 전지는 더 미흡하다. 소재 중 30%만 국내서 생산되고 있다.
◇진검 승부는 자동차(중대형 배터리)=2차 전지 시장은 자동차, 에너지 저장 분야에 접목되며 또 한번 폭발적인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구체적인 제품별로 보면 IT기기용 소형 전지 중심에서 자동차, 전력저장용 중대형 전지로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
시장 조사 업체들에 따르면 2020년 전기차용 리튬이차전지 시장은 무려 8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산업 패러다임 변화는 신시장 형성의 첫 관문이자 새로운 도약의 기회다. 판도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전기차, 특히 자동차용 2차 전지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중이다.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차전지 개발 동향을 발표하는 김현수 한국전기연구원 센터장에 따르면 일본은 중대형 2차 전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올재팬’ 프로젝트를 추진, 400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미국은 전기차용 배터리와 소재 개발에 약 2조원을 지원하고 있다. 또 독일과 중국도 전방위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국제경쟁력 1위 확보를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패러다임 변화를 읽고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한다. 원천기술 확보 및 핵심소재 개발 외에도 2차 전지의 성능 개선, 원가 경쟁력 향상, 표준화 이슈 등 2차 전지 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란 지적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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