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불감증에 빠진 전력 과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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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전력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전력소비는 전년대비 10.1%가 증가했다. 산업용은 12.9%, 올해 1분기도 전년 동기대비 11%나 늘었다. OECD국가는 물론 개도국에서도 보기 힘든 증가율이다.

 1인당 전력소비 또한 8883㎾h로, 일본, 대만 그리고 대부분의 유럽 국가를 추월했다. 97%의 에너지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국가에서 무슨 배짱인지, 그야말로 흥청망청 쓴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전력소비에 대한 불감증이다. 웬만한 가정의 한달 전기요금은 자녀 한 명의 휴대폰 요금밖에 안된다. 산업용 전기 가격은 일본이나 영국의 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에너지 절약은 구호에 그칠 뿐 절실하지 않고, 기업도 서둘러 에너지 저소비형 사업 전환이나 고효율 공정개선을 위한 투자 이유를 못 느낀다.

 그렇다면 대책은 무엇인가.

 우선 전력소비 감축이 시급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10년 전망에 나타난 OECD국가의 평균 전력수요 증가율은 2020년까지 연 0.9%, 2035년까지 0.8%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목표는 2024년까지 2.0% 수준인데 지금 추세로는 실현이 매우 어려워 보인다.

 우선 해야 할 일은 전기요금을 합리화해 소비절약을 유인하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력은 생산원가 이하로 공급되고 있고, 그 적자는 타 수용가나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한다. 값싼 전기는 당장은 제품 가격경쟁력에 득이 되나, 향후 에너지가격이 오르고 탄소세까지 부과될 때는 독이 될 수 있다.

 이 때 단순 일회성 요금인상은 한전 재정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에너지 절약에는 별 효과가 없다. 제대로 하려면, 향후 스마트그리드 사업과 연계한 시간대별 요금차등 강화, 양방향 정보통신을 기반으로 수용가의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는 수요반응형 요금제로 가야한다.

 차제에 화력발전의 탄소배출비용, 원전 건설비용, 핵폐기물 처리 및 폐로 비용 등 직간접 비용을 모두 포함한 발전원가를 보다 더 정밀하고 투명하게 분석·제시할 필요도 있다. 이것이 선행돼야 전력요금 정책수립은 물론 합리적인 공급계획도 나올 수 있다.

 다음은 전력공급 자원의 다원화다. 원전의 안전성 문제, 국제 화석연료의 가격 추세, 탄소세 부과 등에 따라 앞으로 어떤 자원이 유리하다고 단정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대안을 다원화해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 상책이다.

 재생에너지 공급을 최대한 확대하는 것은 공급 다원화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이다. 유럽은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공급을 목표로 하지만, 우리는 가용 자원이 많지 않다. 그나마, 가용 잠재량이 비교적 큰 해상풍력과 태양광 발전에서 전력수급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규모까지 현재 계획보다 보급 속도를 훨씬 더 가속화해야 한다.

 원전, 재생에너지와 함께 화석연료와의 공존 전략을 세우고, 아직까지 발전 효율이 높은 LNG복합발전이나 열병합발전은 일정수준 유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동시에 탄소배출을 감소시키는 탄소포집저장(CCS)기술이나 청정석탄 기술 개발에는 속도를 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선진국에서도 흔한 대정전 한번 없이 값싼 전기를 풍족하게 사용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깨끗하고 품질 좋은 전기를 사용하려면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한다는 점과 그 비용을 아끼려면 절약하고, 에너지 저비용 산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권영한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한국기술혁신학회 고문) kwuny@ke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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