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매각이 불투명해졌다. 또 16일 서울고법에서 열릴 론스타의 주가조작 사건 파기환송심 결과에 따라 외환은행 매각도 덫에 걸릴 공산이 크다.
정부가 올해 상반기에 전력을 다해 추진했던 우리금융 민영화와 외환은행 인수승인이란 두가지 전략 과제를 모두 놓쳤다.
앞으로 금융정책 추진 동력 약화가 불가피해졌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금융권의 레임덕’이 현실화됐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정책 신뢰감 추락=저축은행 사태로 촉발된 신뢰감 붕괴는 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상징되는 모피아(Mofia)의 실세 ‘강만수+김석동’ 공조까지 무너뜨렸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건을 론스타의 위법성 여부와 무관하게 처리하려던 움직임도 악화된 여론 앞에 주저앉았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다보니 예전 금융위원회 결정 사항에 대해 일사분란하게 따르던 금융지주나 개별 금융회사도 이제 눈치 보기 차원을 넘어 이해타산에 따라 자기 길을 간다.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김석동 위원장이 가계부채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곧 내놓겠다고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얼마나 시장에 통할지는 의문이 든다”며 “최근 카드업계 내부에서 나타나듯 집단 반발까지 불러올 수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민영화 불발되나=공적자금관리위원회 측은 “산은금융의 입찰 참여가 배제됐다고 해서 우리금융 매각 절차가 무산된 것은 아니다”라며 “정해진 법과 절차에 따라 추진하면 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밝혔듯 ‘유효 경쟁’을 통한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15일 “(우리금융 입찰 참여에 대해) 검토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다른 유력주자인 KB금융지주도 노사분규와 실적 회복 등 내부문제 해결이 더 급선무인 상황이다.
정부 입장에선 하나금융과 KB금융이 둘 다 입찰에 참여해 유효경쟁도 벌이고, 매각 지분 가치가 높아지면 좋겠지만 하나금융과 KB금융은 사실상 뜻이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김석동 위원장은 “(우리금융의) 몸값이 올라갈까 봐 그러는 것 아니겠느냐. 유효 경쟁은 (가능하니) 걱정 말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쪽에선 “너무 안이한 상황판단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았다.
◇외환은행 매각도 가시밭길=론스타와 하나금융 양측은 현재 ‘무언의 계약연장’ 상태다. 계약 연장을 공식 선언하지 않았더라도 깨지 않았으니 연장됐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은 법원에서 론스타에 유죄판결이 내려지면 외환은행 보유지분의 강제매각 명령이 떨어지는데 이때 매수 주체나 방법 등에 대해선 특별히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유리한 국면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있다.
문제는 여론의 향배다. 정치권에서 이같은 시나리오에 반기를 들고 있고 올해 주요 금융관련 결정에 사회 각계가 반대해 온 상황을 보면 하나금융쪽 희망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금융 정책·감독기관이 올 들어 저축은행 사태와 외환은행 인수 관련 논란을 거치면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하고 조율할 수 있는 힘과 신뢰를 잃어버렸다”며 “앞으로 금융 전반을 감독하는 당국에 대한 적절한 통제구조 확립이 장기적인 과제로 대두됐다”고 말했다.
이진호·박창규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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