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패밀리가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
지난해 8월 포스코 경영진이 최고정보책임자(CIO)로 새로 부임한 황석주 포스코 상무에게 지시한 과제다. 그동안 포스코가 대대적인 프로세스혁신(PI)으로 업무 프로세스와 환경을 개선해왔다면 이제는 이를 기반으로 포스코 패밀리의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초일류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황 상무는 10년 넘게 운영해온 사내 경영지원시스템 포스피아(POSPIA)를 종합 진단하는 동시에 당시 회사가 발표한 ‘비전 2020(2020년 매출 200조원 달성)’ 전략과 대비해 어떤 격차가 있는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등을 분석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런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황 상무는 10년간의 혁신 작업을 위한 큰 그림을 그렸고 지난해 12월 31일 ‘포스피아3.0 메가Y’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황 상무는 “포스피아 1.0이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이었고 PI 프로젝트가 핵심이었던 포스피아 2.0은 글로벌 통합시스템을 갖추는 것이었다”며 “포스피아 3.0은 포스코는 물론이고 포스코 패밀리 전체가 보다 스마트하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포스피아 3.0’의 핵심 키워드 3가지=황 상무는 ‘포스피아3.0’ 프로젝트가 착수되긴 했지만 큰 그림이 완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계속해서 세부적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구체화된 것은 단계별로 실행 프로젝트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황 상무는 ‘포스피아 3.0’이 포스코의 비전2020 전략을 지원하는 수준이 아니라 철저하게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포스피아 3.0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글로벌 오퍼레이션’이다. 이미 글로벌싱글인스턴스(GSI)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축해 글로벌 표준 프로세스를 확립하고 시스템도 통합했지만 생산기지인 제철소만 통합된 상황이다. 포스코는 생산기지뿐만 아니라 가공·판매기지까지 단일시스템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포스피아 시스템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두 번째 키워드는 ‘패밀리 경영’이다. 포스코 패밀리는 포스코 계열사뿐만 아니라 협력사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들 패밀리 업체와 시너지 창출을 위해 협업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포스코만의 포스피아였지만, 이제는 100여개에 이르는 포스코 협력업체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진화시킨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미래 신소재를 생산·공급하는 ‘종합소재 공급사로의 탈바꿈’이다. 철강업의 프로세스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포스피아에 신소재 산업의 특성을 반영하는 작업이 필요해진 것이다. 예를 들면 철강 산업의 제조공법은 한 가지지만 신소재 제조공법은 너무나 다양하다. 이 때문에 연구와 제조 프로세스를 동일하게 구현해야 하고 고객의 요구에 빨리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하는 특성이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혁신 키워드가 관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혁신이라면 세 번째는 현장 직원들을 위한 혁신에 해당되는 셈이다.
◇전 직원을 지식근로자로=올해 추진되는 ‘포스피아 3.0’의 실행 프로젝트는 직원들이 창의적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스마트 워크플레이스’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미 3~4년 전부터 추진해온 프로젝트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진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우선 지난 2009년에 전 직원의 문서를 중앙 서버에 저장해 통합했던 문서 혁신작업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지식의 활용성을 높이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현 단계는 사내에서 생성되는 모든 문서가 개인 자산이 아니라 회사 자산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주는 단계까지만 와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통합된 문서를 활용하기 위한 고민은 부족했다는 게 황 상무의 판단이다. 이에 올해 연관 검색 등 검색 부분을 더욱 강화하고, 지식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포스코 패밀리의 정보까지 ‘공동 저장소(리파지토리)’로 모을 예정이다.
황 상무는 “직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휘발시키지 않고 잘 모아서 그것을 사업의 기회로 연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전사 데이터를 통합한 근본적인 목적도 지식 재활용인 만큼 이를 포스코 패밀리와 공유했을 때 더 많은 가치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합커뮤니케이션(UC) 고도화도 앞으로 추진할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다. 포스코는 이미 시스코의 텔레프레즌스 시스템 등 최고 사양의 영상회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기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툴에 포스코는 대면을 통해서만 전달될 수 있는 ‘감성’까지 녹이려고 하고 있다.
황 상무는 “영상회의를 하더라도 감성이 묻어나오는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최근 유명 방송프로그램 PD를 초정해 포스코의 사내 방송 시스템과 교육 센터 등을 보여주며 최적의 의사소통의 장을 만들기 위한 조언도 적극적으로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도 적극 검토 중이다.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로 출시돼 있는 다양한 UC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다. 무조건 자체 인력으로 UC 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영해 나갈 생각은 없다는 게 그의 뜻이다. 비록 클라우드 서비스가 현 시점에 성숙돼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빌려쓰는 개념과 사상을 적극 수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황 상무는 포스피아 3.0을 추진하면서 다른 기업들이 시도하지 않은 여러 길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새롭게 그린 포스피아 3.0이 기존과는 다른 ‘상상 그 이상’의 혁신을 보여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프로필>
황석주 포스코 정보기획실 상무는
국민대 금속학과를 졸업한 후 1986년 포스코에 입사해 지금까지 25년간 포스코맨으로 지내왔다. 정보기획실 프로세스표준화그룹리더, 포스데이타(현 포스코ICT) 상무 등을 거쳐 지난 2010년 8월 포스코 최고정보책임자(CIO)로 임명됐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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