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가계 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0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신서비스 이용자들은 갈수록 불어나는 통신요금을 놓고 불만의 목소리를 멈추지 않는다. 급기야 최근에는 한 시민단체가 통신사가 높은 요금을 유지하기 위해 담합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정부가 통신요금 인하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해 통신사업자에게 요금인하를 유도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통신사업자 자율이 아닌 외부 영향력을 행사해 요금을 깎아나갈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통신요금을 둘러싸고 반복되는 일련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나온 카드가 바로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이동통신재판매사업자 등으로 불리는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다. MVNO는 이동통신망과 주파수 대역을 보유하지 않은 사업자가 이들을 갖춘 기간통신사업자로부터 싼 값에 통신망을 빌려 기존 요금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존 통신사업자에 비해 요금이 낮은 복수의 MVNO가 등장하면 통신시장에서 가격경쟁이 확산되고, 자연스레 전체적인 통신요금 인하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게 MVNO의 장점이다. 인위적인 요금 인하가 아니라 정책을 통해 시장경쟁에 따라 요금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MVNO는 해외에서는 이동통신서비스 초기부터 도입돼 성공을 거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간 제도적 기반이 미흡해 활성화되지 못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1위 통신사업자 SK텔레콤을 제외한 KT와 LG유플러스망을 이용한 재판매 서비스가 운영됐지만 가입자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2009년 말 현재 무선재판매 사업자의 가입자 규모는 35만명으로 전체 시장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3월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MVNO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정부는 그간 재판매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던 1위 이동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을 MVNO 도매제공 의무사업자로 지정하고 MVNO 서비스를 위한 ‘별정4호’ 제도를 별도로 마련해 운영 중이다.
3월 말 현재 별정4호 취득 사업자는 몬티스타텔레콤, 에넥스텔레콤, 에스로밍, 온세텔레콤, 인스프리트, 케이티스, 한국정보통신, 한국케이블텔레콤(KCT), KDC정보통신 등 9개사다.
이들 가운데 한국정보통신이 지난달부터 SK텔레콤과 손잡고 데이터 전용 MVNO 시범상용서비스를 제공 중이고 나머지 사업자는 이르면 올 3분기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온세텔레콤과 KCT는 이미 SK텔레콤과 통신망 임대차에 관한 공식협상을 시작했고 몬티스타텔레콤도 이달 중 공식협상을 요청할 계획이다.
MVNO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정부의 역점 과제인 친서민 정책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MVNO업계는 MVNO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이용자의 통신비를 현재보다 20~3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MVNO사업자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서민 추정인구 1950만명의 절반이 MVNO를 이용할 경우 연간 9360억원 통신비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중소기업이 중심인 MVNO와 대기업인 이동통신사업자(MNO)가 힘을 모아 새로운 서비스 산업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MNO와 MVNO가 협력한다면 제2단말기 같은 신규 수요를 창출하여 침체된 통신시장을 확대하는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더해 관련 산업 투자촉진과 고용창출 효과도 가능하다. MVNO업계는 MNO 망 접속에 필요한 설비와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등을 통해 3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불어 3000명 이상의 신규 고용창출도 예상하고 있다.
○MVNO란=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는 무선 주파수를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파수 사용권한을 가진 MNO(Mobile Network Operator)의 통신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다. MNO에 접속 설비를 의존하는 정도에 따라 단순·부분·완전 MVNO로 나뉜다. 현재 대부분의 별정4호 사업자들은 연내 부분MVNO로 서비스를 시작한 후 내년 이후부터는 완전MVNO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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