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를 덮을 것이라는 예측이 독일 기상청에서 나온 가운데 ‘방사능 대응책’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원전 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 유출이 2주일 이상 이어지자 결국 우리나라에서도 방사성 제논에 이어 방사성 아이오딘(요오드)과 세슘까지 검출됐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지난 5일 브리핑을 통해 국내 모든 지역에서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요오드의 방사선량은 0.095~0.758m㏃/㎥로 인체에 거의 영향이 없는 수준이다. 춘천에서 검출된 최고 농도를 연간 피폭 방사선량으로 환산하면 0.0000730mSv 수준으로 엑스레이 촬영 때 받는 양(약 0.1mSv)보다도 적다. 방사성 세슘(Cs-137, Cs-134)은 서울·부산·제주·수원·청주 등 5곳에서 발견됐다. KINS 측은 이날 검출된 양이 극미량이어서 환경이나 인체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일본이 기준치 1억배에 달하는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한 것으로 알려져 부산, 대구 등의 지역은 일본인과 동일한 수준의 방사능 피폭 위험에 놓이게 됐다는 우려가 식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하미나 단국대 의대 교수는 “국내서 발견된 방사능 물질은 극미량이라서 건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사실 매우 적다”며 “아주 심한 공포심에 빠질 필요는 없지만 완전히 안심해서는 안 되며 가능한 비를 맞지 말고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방사성 물질은 1700여종에 이른다. 이 중 인체에 해로운 대표 방사성 물질은 20종 정도다. 원전이 폭발할 때 나오는 방사능 물질의 80% 정도는 제논과 크립톤이다. 하지만 두 물질은 기체기 때문에 금세 흩어져 인체에 주는 피해가 적다. 현재 가장 위험한 방사성 물질은 국내 전 지역에서 검출된 ‘요오드-131’와 ‘세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오드-131은 호흡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와 갑상샘에 저장돼 ‘베타선’이라는 방사선을 방출한다. 베타선은 반응성이 좋아 주변 세포에 영향을 미친다. 당장은 증세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수년 뒤 갑상샘 세포가 죽거나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인근 지역에 있었거나 방사능으로 오염된 음식과 우유를 섭취한 사람들 중 갑상선암으로 고생한 사람이 많았다. 특히 산모의 태아, 소아가 위험에 노출됐다. 20세 이상 성인에게서는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우라늄 원료가 핵 분열하면서 생기는 세슘은 많은 양이 인체에 침투되면 불임증·전신마비·백내장·탈모 현상을 일으킨다. 또 골수암·폐암·갑상선암·유방암 등의 발병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적은 양의 방사선을 쪼인 경우엔 임상적인 증상이 없다가 수십년의 잠복기를 지나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DNA세포를 파괴해 단기적으로는 백혈구과 적혈구를 생산하는 골수가 손상을 입을 수 있으며 빈혈과 면역기능이 상실된다. 고강도 방사능 물질에는 부분 노출만 돼도 생식기, 피부, 눈, 폐, 소화기관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병원들은 덩달아 바빠졌다. 방사능 요오드의 인체 침투를 막을 수 있는 ‘요오드화칼륨’을 처방해 달라는 문의전화가 하루에도 수십통씩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신종플루가 한창 유행할 당시 치료제였던 타미플루를 무조건 처방해 달라는 요구와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요오드화칼륨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 의약품이다. 요오드화칼륨을 섭취하면 요오드 성분이 갑상샘으로 미리 들어가 방사성 요오드가 들어올 여지를 주지 않아 갑상샘을 보호해 준다는게 의학계의 정설이다.
갑상샘에 들어가지 못한 방사능 요오드는 오줌 등으로 배출된다. 방사능 요오드를 직접 흡입하기 전 24시간 전에 요오드화칼륨을 섭취한 상태일 경우 갑상샘에 요오드의 양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방사성 요오드가 갑상선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방사능 요오드를 직접 흡입했더라도 최소 15분 안에 요오드화칼륨을 투여하면 90% 이상, 6시간 내 투여하면 50% 정도의 방어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요오드화칼륨을 무조건 많이 먹는다고 좋은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성인이 하루에 섭취하면 좋은 요오드 일일 최적 섭취량은 0.15mg, 최대 3mg이다. 1세 미만의 유아는 65mg/일로 복용한다. 하지만 피폭 시에는 요오드 복용량을 130mg/일로 늘리고 최장 10일간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방사선 노출이 없는데 요오드화칼륨을 먹는 것은 위험하다. 부작용으로 알레르기, 두드러기, 침샘의 염증,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혈액 속에 갑상선 호르몬이 과도하게 생기는 병으로 신진대사가 과도하게 활발해져 갑상선이 커지고 눈이 튀어나오며 심장이 빨리 뛰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반대로 저하증은 혈액 속에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해 생기는 병이다. 몸속의 대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나른하고 기력이 없어진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는 방사선 피폭 사고에 대비해 요오드화칼륨정을 한국원자력의학원 부설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서울대병원 등 21개의 방사선 비상 진료지정 의료기관과 방사선보건연구원에 확보해둔 상태다. 약 13만명분의 양이다. 국내에서 일정 수준의 이상의 방사선이 검출되면 방사선 비상진료기관을 통해 무상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일상생활에서 요오드를 섭취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요오드 함량이 많은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다. 요오드가 풍부하다고 알려진 대표적인 식품으로는 다시마, 김, 미역 등 해조류와 멸치, 굴 등의 어패류가 있다. 이외에도 우유, 달걀노른자, 브로콜리, 감자, 바나나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자연 식품으로 섭취가 가능하다.
다만 음식물을 통한 섭취는 예방의 기능보다는 요오드 일일 섭취량(0.15mg)을 먹는 정도다. 방사능 피폭 시 복용하는 요오드화칼륨정은 요오드화칼륨 130㎎(요오드 121.5㎎)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요오드 함유 건강보조식품 역시 요오드 함유량은 0.075㎎~0.12㎎ 정도로 일일 섭취량에 못 미치는 양이다. 하지만 임산부는 조심해서 복용하는 것이 좋다. 이들 제품은 영양보조제로 팔리고 있어서 처방약처럼 관리가 잘 되고 있지 않다. 더구나 적정 복용량 및 성분 등에 관한 정보가 불분명하다.
일본의 원전사고보다 심한 문제를 일으켰던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원자로가 파괴되고 방사능 물질이 주변에 확산돼 당시 정부는 임신중절(낙태)을 권했지만 기형아 발생률은 증가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 일본 방사능 노출 정도가 우리나라 임신부에게 영향을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미 미국의 캘리포니아 보건국은 예방책으로 요오드화칼륨을 복용하지 말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미국과 한국이 일본에서 떨어져 있는 거리가 크게 차이나기 때문에 대처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긴 하지만 지나친 공포감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편 요오드-131의 반감기는 8.05일로 비교적 짧다. 반감기란 방사성 핵종의 원자 수가 방사성이 붕괴되면서 원래 숫자의 반으로 줄어드는 데 필요한 기간으로 반감기가 짧을수록 방사성을 빨리 잃게 된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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