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RFID 산업이 해외 특허 관리 기업의 갑작스러운 공세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특허 관리 기업인 시스벨이 국내 RFID 기업 대부분에 특허 경고장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스벨의 갑작스러운 특허 공세에 국내 업계는 공황 직전 상태까지 몰렸다.
일부 대기업과 중견업체들은 뒤늦게 특허 전담팀을 통해 권리 분석 작업에 돌입했지만, 중소기업들은 아예 대응할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국내 RFID 산업이 채 싹을 틔우기도 전에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탈리아 특허 관리 기업 시스벨은 지난달 ‘UHF(극초단파) RFID 컨소시엄’으로부터 45개에 달하는 핵심 특허를 위임받아 최근 국내 기업들에 경고장을 발송했다.
UHF RFID 컨소시엄은 3M·HP·LG전자·ETRI 등 7개 기업 및 기관이 핵심 특허를 관리하기 위해 지난 2007년 설립한 기관이다. 이 기관은 2009년 특허 라이선스 관리를 위해 시스벨에 소송 및 로열티 계약 등 주요 권한을 위임했다. 시스벨이 컨소시엄으로부터 확보한 특허는 총 45개로 중복 특허를 제외하면 30개 정도가 실질적인 효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UHF RFID 컨소시엄 소속기관인 ETRI 측은 “국내 RFID 기업들이 이번 사태로 걱정이 많을 것”이라며 “하지만 컨소시엄에서 한국 특허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낮아 특별한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스벨은 경고장을 통해 국내 업체에 이달 30일까지 로열티 계약을 할 것을 요구했다. 이 기간 안에 로열티 계약을 하면 태그는 1억개당 1억원, 리더는 대당 5~8달러를 내면 된다. 마감시한을 넘긴 후 계약을 한 기업은 제시된 조건의 3.5배를 내야 한다.
로열티를 내지 않는 기업들에는 강력한 조치를 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각국에 특허 소송을 진행해 RFID 관련 수출을 금지하고, CES·Cebit 등 주요 해외 전시회 출품도 막겠다고 경고했다.
국내 업체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우선 로열티가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주장이다. 정부 및 업계가 RFID 활성화를 위해 태그 가격을 매년 내리고 있고, 리더도 휴대폰에 적용하는 등 범용화를 추진하면서 가격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2008년 100원에 달했던 태그 가격은 현재 50원대로 떨어졌다. 리더도 같은 기간 200만원대에서 100만원 이하로 내려갔다.
리더는 물량에 상관없이 연간 최소 7만달러를 요구하는 등 독소조항도 문제로 꼽았다. 시스벨이 제시한 조건에 따르면 단 100대의 리더를 만드는 영세한 회사도 무조건 7만달러를 기본으로 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폰에 RFID 리더 모듈이 적용되면 지금 수준의 10~20% 가격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며 “그렇게 되면 대당 5~8달러의 로열티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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