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끊임없는 하드웨어 성능경쟁에 매진했다. 그 결과 가장 얇은 휴대폰을 만들어냈으며, 가장 넓은 휴대폰도 개발해냈다. 또 가장 화소수가 높은 카메라 렌즈를 탑재한 휴대폰과 배터리 용량이 가장 넉넉한 제품도 내놨다.
휴대폰 하드웨어 제조 능력 최강 기업이라는 극찬을 얻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상위 2, 3위를 차지하는 성과도 올렸다. 그러나 피처폰 중심의 시대가 저물고 스마트폰이 대세를 이루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애플이 아이폰을 앞세워 진격하면서 휴대폰 제조사들의 ‘그들만의 리그’ 경쟁은 막을 내렸다. 아이폰은 그동안 불편하고 개발이 어렵다는 이유로 뒷전에 밀어놨던 정전용량식 터치 방식을 손가락 터치만으로 대부분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방식으로 탈바꿈시켰다. 화면 전환 속도도 ‘빠른’에서 ‘최적’으로 경쟁 척도를 바꿔버렸다.
직관적인 사용자인터페이스(UI)는 소비자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이전에는 생소했던 ‘에코시스템’은 스마트폰 제조사를 뛰어넘어 서비스업계까지 포괄하는 생태계에서의 전체적인 경쟁력을 나타내는 대표 단어로 부상했다.
하드웨어 성능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자각’을 일깨우는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이제 휴대폰 시장에서의 맹주가 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모두 갖춘 ‘균형 잡힌 개발력’이 필수요소다. <편집자 주>
◇UI로 승부를 걸어라=스마트폰에서 하드웨어 성능을 넘어서 ‘소프트 경쟁력’은 무엇보다 UI에서 결정난다. 사용자경험(UX)으로 개념이 확장된 모바일 UI는 아이폰의 등장 이후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아이폰을 만들어낸 애플은 PC 시장에서 그래픽사용자인터페이스(GUI)를 가장 먼저 개발한 업체답게 모바일 UI도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이다. 사용자들이 ‘손가락’만으로 거의 모든 기능을 작동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첫 등장은 획기적이었다.
이제 모든 스마트폰은 아이폰의 UI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준점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경쟁력을 나타내는 포인트다.
이 기준점은 시간이 갈수록 강력한 무기로 바뀌고 있다. 애플은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등 ‘아이’ 제품군에 모두 동일한 UI를 적용하고 있으며, 운용체계(OS) 업그레이드도 거의 유사한 형태로 발전시키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애플의 UI를 날로 발전시키고 있다. 이는 전체 제품군의 성능 강화와 직결되며 결과적으로 모든 경쟁력을 결정하는 첫걸음이 되는 셈이다.
아이폰의 UI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체 플랫폼을 갖췄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OS 자체가 UI와 밀접하게 이어져 있다는 뜻이다.
◇OS를 넘어 자신의 색깔을 갖춰라=국내 스마트폰업체들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OS에 기반을 두는 탓에 자체적인 UI를 개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잦은 OS 버전 업그레이드로 개발에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해외 전시회에 참석한 국내 스마트폰업체의 수장들이 ‘DNA’를 심겠다는 발언은 애플의 일관된 디자인·UI 등을 유지하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그러나 플랫폼을 보유하지 못한 상황에서 하드웨어 성능이나 외형 디자인의 DNA를 유지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UI 등은 플랫폼업체가 요구하는 컨셉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삼성전자 등은 자체적으로 커스터마이징한 UI인 ‘커스텀 UI’ 개발에 노력하지만 아직까지 크게 부각되지 못한 상태다.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에서 커스텀UI는 대만의 HTC가 대표주자다. 윈도모바일폰은 물론이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도 HTC 커스텀 UI인 ‘센스UI’는 빛을 발했다. HTC 제품의 외형 디자인과 함께 센스UI는 그동안 무명이었던 HTC를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로 단박에 부상시킨 주인공이다.
안드로이드 OS가 하위 버전일 당시 센스UI는 편의성과 속도 등을 보강해주는 장점으로 HTC 제품의 판매를 끌어올리는 주요인이었다. 센스UI는 기능·성능·디자인 모두 소비자에게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이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투자된 결과다.
올해 들어 안드로이드 OS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기능이 강화돼 커스텀 UI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차별화 포인트가 줄어들면서 HTC도 고전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커스텀 UI의 속성은 스마트폰 제조사가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OS 기능 강화는 그만큼 스마트폰 제조사가 개성을 나타내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이제 자체 플랫폼을 보유하지 못한 제조사들은 모두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는 셈이다. 하드웨어 제조능력에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자체적인 소프트웨어 성능을 결합해야 한다. 그동안 스마트폰 열풍을 뒤쫓기 힘들었던 제조사들에 승부는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힘을 모으고 합쳐라=스마트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제조사들은 하드웨어 성능경쟁에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숨가쁘게 대응하느라 ‘피로도’가 크게 높아졌다. 글로벌기업들의 파상공세에 맞서면서 나타난 결과다. 자칫 전체적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합종연횡’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문업체와 함께하는 것이다. 해외 스마트폰업체들이 전문 소프트웨어업체들을 잇따라 인수합병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인수가 능사는 아니다. 협업체계만 제대로 갖춰도 충분하다.
UI를 지나서 애플리케이션도 스마트폰의 소프트 경쟁력 항목에 포함된다. 최근 스마트폰에는 고객이 이용하는 데 적합한 앱을 출시 때부터 내장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기본 내장된 앱들이 점차 UI와 같이 제조사의 개성을 나타내는 또 다른 방편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전용 앱의 필요성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전문업체와의 협업이다. 전문업체의 발굴도 중요하지만 장기간 함께 가야 할 파트너라는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IT 많이 본 뉴스
-
1
내년 '생성형 AI 검색' 시대 열린다…네이버 'AI 브리핑' 포문
-
2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3
LG이노텍, 고대호 전무 등 임원 6명 인사…“사업 경쟁력 강화”
-
4
AI돌봄로봇 '효돌', 벤처창업혁신조달상품 선정...조달청 벤처나라 입점
-
5
롯데렌탈 “지분 매각 제안받았으나, 결정된 바 없다”
-
6
애플, 'LLM 시리' 선보인다… “이르면 2026년 출시 예정”
-
7
'아이폰 중 가장 얇은' 아이폰17 에어, 구매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사항은?
-
8
반도체 장비 매출 1위 두고 ASML vs 어플라이드 격돌
-
9
삼성메디슨, 2년 연속 최대 매출 가시화…AI기업 도약 속도
-
10
국내 SW산업 44조원으로 성장했지만…해외진출 기업은 3%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