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칼럼] 국방반도체 MMIC, 전략자산으로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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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석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한국전자파학회 정책사업상임이사)

우주국방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전장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넘어 우주와 전자기 스펙트럼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감시정찰·위성통신·전자전·정밀유도·무인체계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방반도체의 중요성도 자연스럽게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논의는 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디지털 프로세서, 메모리, 센서 등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실제 국방 시스템의 성능을 좌우하는 또 하나의 핵심축은 RF 기술이다. 특히 초고주파 직접회로(MMIC)는 레이더, 위성통신, 전자전 장비, 유도무기 탐색기, 데이터링크, 재머 등 다양한 무기체계의 전단부에서 핵심 기능을 담당한다.

아무리 우수한 신호처리 알고리즘과 디지털 반도체가 있어도, 전파를 멀리 보내고 미약한 신호를 정확히 받아들이는 RF 전단부가 취약하면 전체 체계 성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국방반도체 사업에서 MMIC 기술은 다른 반도체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MMIC가 일반 반도체처럼 대량 생산을 전제로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방용 RF 반도체는 주파수 대역, 출력, 잡음 특성, 선형성, 패키징, 열 특성, 내환경성 등 요구 조건이 체계마다 다르다. 다시 말해 국방 MMIC는 본질적으로 다품종 소량 개발의 성격을 갖는다.

이러한 특성은 산업적 매력도를 낮추는 요인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국방 관점에서는 오히려 전략적 중요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소량이라는 이유로 국내 개발을 미루고 외산 부품에 의존하면, 핵심 무기체계의 성능과 납기, 유지보수, 개량 가능성이 외부 공급망에 종속된다. 평시에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국제 정세가 급변하거나 수출통제가 강화되는 순간 그 취약성은 곧바로 안보 리스크가 된다.

특히 RF MMIC는 단순 상용 부품과 다르다. 고출력 증폭기, 저잡음 증폭기, 위상천이기, 스위치, 주파수변환기, 송수신 모듈용 집적회로 등은 무기체계의 탐지거리, 통신거리, 전자전 대응능력과 직접 연결된다. 만약 특정 국가의 부품 공급이나 기술 승인에 의존한다면, 미래형 레이더와 위성통신 체계의 독자적 성능 개량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우주국방 분야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위성 탑재체와 지상국, 위성 간 링크, 고속 데이터 전송, SAR, 전자정보 수집 장비는 모두 고주파 RF 기술을 필요로 한다. 우주 환경에서는 부품의 신뢰성, 방사선 영향, 열 관리, 장기 운용 안정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우주국방용 MMIC는 단순 부품 국산화가 아니라 미래 작전 지속성과 기술주권의 기반으로 봐야 한다.

국방 MMIC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방산업체들의 보다 적극적 투자가 필요하다. 단기 과제 중심으로 필요한 칩만 개발하는 방식으로는 설계 자산과 공정 경험이 축적되기 어렵다. 주파수 대역별 핵심 회로, 공통 IP, 패키징 기술, 측정 인프라, 신뢰성 검증 체계를 장기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국방 MMIC는 한 번의 개발 성과보다 반복 가능한 설계·제작·평가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동시에 대학과의 연구개발 협업은 국방 MMIC 생태계 구축의 핵심이다. 국방 MMIC는 레이더, 위성통신, 전자전, 탐색기 등 체계별로 주파수·출력·잡음·선형성·패키징 요구가 달라 다품종 소량 개발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방산업체 단독으로 모든 기술을 축적하기 어렵다. 미국의 Microelectronics Commons처럼 대학·연구기관·기업이 함께 회로 IP, 공정, 패키징, 측정·신뢰성 기술을 병렬 개발하고, 방산업체가 이를 체계 적용과 양산 가능성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정부 역시 국방 MMIC를 주변 기술이 아닌 전략 기술로 분류해야 한다. 대량 생산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평가절하할 것이 아니라, 무기체계 전체 성능을 좌우하는 병목 기술이라는 관점에서 지원해야 한다. AI 반도체와 디지털 반도체가 무기체계 내부의 연산 능력을 결정한다면, RF MMIC는 그 연산 능력이 실제 전장과 만나는 전자기적 관문이다.

우주국방 시대의 기술자립은 거대한 플랫폼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작은 초고주파 칩을 얼마나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운용할 수 있는가에서 시작된다.

오정석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한국전자파학회 정책사업상임이사 jungsue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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