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지진] 국내 장비업계 부품 수급 비상. 반도체-LCD 증설 지연 불가피

 일본 대재앙의 여파가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으로부터 주로 수입하는 범용 부품 생산 및 공급망이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수급 정상화에는 최소 한달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등 국내 업체들의 장비 도입 및 라인 증설 일정도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들이 범용 부품을 주로 수입하는 SMC·THK 등 일본 부품 업체들의 피해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공압 피팅 및 앵글 밸브 등을 주로 생산하는 SMC의 도노시 공장(이와타현)은 이번 대지진 및 쓰나미로 생산 공장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SMC 측은 도노시 공장이 지난 주말부터 전기 공급 재개 및 생산라인 조정에 나섰으며, 정상화를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볼 스큐류, 베어링 부품 등을 주로 생산하는 THK의 야마카타현 공장도 전기 공급이 중단되고 물류가 정상 가동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 외에 선덴 세이교(후쿠시마시), 야카와(후쿠오카시), 후지킨(이와타현) 등 현지 부품 업체들의 생산 라인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가 생산하는 제품들은 국내 대부분의 장비 업체들이 기반 부품으로 사용해 왔다는 점에서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웠다.

 장비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는 LCD용 드라이에처, 플라즈마화학증착장비(PECVD) 등에는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30% 이상 일본산 범용 부품들이 들어간다”며 “현지 부품업체들의 직접적인 생산 피해는 물론 물류체계 정상화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미 수주한 장비들의 정상 제작을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내 장비업체들은 기본적으로 한달 가량의 부품 재고를 확보하고는 있지만,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대체 업체를 물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장비업계 관계자는 “수급에 문제가 있는 일본산 부품에 대해 미국·유럽은 물론 국내를 망라해 대체 업체를 물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체 부품을 수급하더라도 장비의 세부 도면을 수정하는 등 후속 작업이 필요해 제작 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이 문제”라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LCD용 노광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증착기 등 일본으로부터 턴키로 수입하는 핵심 전공정 장비의 납기 지연이다. 이들 장비의 납기가 지연되면, 동일 라인에 들어가는 후공정 장비 등의 납기도 순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주말 국내 한 디스플레이 업체는 국내 장비업체들을 대상으로 납기 일정을 점검하고 일부 후공정 장비에 대해 장비 도입을 순연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부품업체들의 생산 및 물류 완전 정상화에는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단일 장비에 이어 범용 부품 국산화 필요성도 점차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