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일본대재앙] 방사능 피폭 바람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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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원자로 2호기와 4호기의 잇따른 폭발로 방사능이 누출된 가운데 바람의 방향에 따라 피폭 예상지역이 달라지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우리 정부는 미국 국립해양기상청(NOAA)의 자료를 인용하며 바람이 태평양 쪽으로 불고 있어 한국은 안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이 역시 예상을 빗나가고 있다.

 15일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바람이 도쿄를 포함한 남서부 방향으로 불고 있다. 현재 바람은 초속 2~3m 속도로 불고 있으며 이날 오후부터는 서쪽으로 방향을 바꿀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후쿠시마 원자로에서 발생한 방사능 물질이 수백㎞까지 바람을 타고 확산될 경우 수도인 도쿄도 안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도쿄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240㎞ 정도 떨어져 있다.

 이에 앞서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13일 후쿠시마에서 북쪽으로 100㎞ 떨어진 오나가와 원자력발전소 부지에서도 방사능이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이 원전을 운영하는 도호쿠전력은 이날 오전 1시 50분께 원전 부지 내에서 측정된 방사선량이 법적 한계치보다 최대 4배나 많았다고 밝혔다. 도호쿠전력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남풍을 타고 확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 역시 이날 TV 연설을 통해 “폭발한 후쿠시마 원전 3개 원자로에서 방사능이 누출되고 있다”며 “더 많은 방사능이 누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2호기의 폭발 이후 격납용기 파손으로 대규모 방사능이 누출되고 바람의 방향까지 내륙으로 향하는 등 악조건이 이어지면서 한국 조차 방사능 피해의 안전지대가 아닐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기상청이 제공한 ‘메탑 유럽 위성’ 풍향 사진을 보면 후쿠시마 근처 바다에서는 태평양 방향으로 바람이 불고 있으나 일본 서쪽 바다는 오히려 동해 방향으로 바람이 불고 있다. 또 일본 동해 바다 역시 일본 본토에서 거리가 멀어지면 바람의 방향이 태평양쪽에서 불어오는 것으로 바뀐다.

 기상청 관계자는 “풍향 자료는 최근 몇일 동안의 자료를 취합한 것”이라며 “현재 한반도는 편서풍대에 있기는 하지만 바람의 방향은 지속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후쿠시마 원전의 남쪽과 북쪽지역에 방사능 물질이 날아간 것은 예측하기 힘든 바람의 방향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전문가도 15일 라디오 방송에서 “만약에 핵 연료봉이 더 진행이 되고 더 많은 양의 방사능이 나오면 방사능물질이 대기 중으로 확산돼 구름에 모인다”며 “이것이 비로 내리면 동해안 쪽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포함한 미국·중국 등 태평양 주변 국가들이 바람의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방사성 수준을 관측하고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소속 전문가들을 일본에 급파하는 등 방사성 물질 피폭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홍콩·싱가포르·필리핀 등 아시아 일부 국가들도 일본에서 수입되는 농·임산물의 방사성 물질 오염 여부를 검사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전국에 있는 국가환경방사성감시망을 통한 분석 결과, 현재까지 특이한 사항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돌풍과 같은 돌발 상황에 대비해 바람의 방향과 일본 정부의 발표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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