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컨슈머리포트

 비록 하루에 1달러 미만으로 사는 절대 빈곤층이 12억명에 이른다 하지만 현대는 재화가 넘치는 사회다. 하루에도 수많은 신상품이 쏟아진다. 소비자는 기업들의 화려한 광고·선전에 현혹돼 제품을 선택한다. 때로는 입소문으로, 최근에는 인터넷 등을 돌아다니며 타인의 평가까지 감안해 제품을 고르지만 최종 선택에 만족한 소비자는 드물다. 입소문, 타인의 평가도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한 사례가 적지 않다.

 정보에 있어서 소비자는 절대 약자다. 이 때문에 산업혁명 이후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소비자운동이 드세다. 소비자운동은 미국에서 가장 활발하다. 1891년 뉴욕에 소비자연맹이 결성된 것을 시작으로, 1898년 전국소비자연맹 등이 탄생했다. 지난 1929년에는 소비자연구소가 만들어져 상품 검사 결과를 제공했으며, 1936년 이곳에서 분리된 소비자동맹이 상품검사지인 ‘컨슈머리포트’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컨슈머리포트가 현재까지도 명성을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는 평가 대상 기업으로부터의 철저한 독립이다. 재원은 잡지 등 간행물 판매대금, 개인 기부금, 그리고 몇몇 비상업적 보조금으로 조달한다. 지난 2001년 컨슈머리포트가 미쓰비시의 SUV 모델 몬테로의 결함을 지적하자 판매가 60% 줄 정도였다. 지난해에는 안테나 게이트를 지적하면서 아이폰4에 혹평을 해 당시 애플 주가에 큰 타격을 주기도 했다.

 국내에도 이러한 취지에서 출발한 평가기관이나 잡지 등이 적지 않다. 그러나 수익 문제나 평가 비용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않은 게 사실이다. 최근 3DTV 화질 우열을 놓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극한 대립을 벌이고 있다. 객관적으로 평가를 하자는 각종 제안에 대해 한 기업에서는 국내 평가기관을 신뢰할 수 없다며 컨슈머리포트 평가를 받자고 제시했다. 국내 평가기관을 신뢰하지 못하는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씁쓸하다. 반도체·LCD·휴대폰 등 국내 기업이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지만 정작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은 거의 미국 국적의 시장조사기관이 차지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번 국내 평가를 믿고 맡겨보자. 최근과 같이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제품 및 기술에 대한 평가는 공정성이 없다면 모든 책임이 평가기관에 돌아가는 만큼 오히려 기회다.

 유형준 전자담당 차장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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