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주/경인취재팀장/ejbang@etnews.co.kr
인천 송도가 모처럼 ‘한 건’ 했다. 전국 6개 경제자유구역 중 가장 성과가 뛰어난 모범 지역임에도 송도는 그동안 투자유치 부진이라는 비판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삼성은 2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바이오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투자는 70년 역사의 삼성이 인천과 처음 인연을 맺는 것으로 의미가 매우 크다. 아니, 바이오산업이 선진국 모두가 군침을 흘리는 차세대 먹거리임을 감안하면 대한민국의 국운과도 직결돼 있다. 반도체가 그랬던 것처럼, 삼성의 바이오가 성공해야 우리나라 국력이 한 단계 더 상승할 수 있다. 삼성의 바이오 투자 유치는 인천 뿐 아니라 모든 지자체의 염원이었다. 그만큼 지자체 간 물밑 작업이 치열했고 보안도 철두철미했다. 청와대도 언론 보도 전날 알았다는 후문이다.
다른 지자체의 정치적, 경제적 온갖 유혹을 물리치고 삼성이 송도를 택한 것은 그만큼 송도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의 발표대로 무엇보다 입지조건이 매우 뛰어나다. 6년째 세계 1위를 차지한 공항이 30분 안에 있고 바다도 가깝다. 호텔을 비롯해 외국인 학교, 공원 등 주거 인프라도 비교적 잘 갖춰있다. IBM 등이 참여하는 세계적 바이오클러스터도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에 셀트리온과 CJ제일제당 바이오연구소, 생물산업기술실용화센터 등이 활동하고 있는 등 바이오 분야 산학연 네트워크도 어느 정도 구축돼 있다.
삼성의 투자는 송도가 ‘저평가된 우량주’임을 입증했다. 송영길 인천시장의 표현처럼 “1%의 가능성을 100%로 만든” 쾌거이기도 하다. 삼성 뿐 아니라 송도에는 이미 롯데, CJ, IBM, GE 같은 내로라하는 국내외 대기업이 들어와 있거나 들어올 예정이다. 헬스케어·의료기기·제약분야 최고 글로벌 기업인 미국 존슨앤드존슨도 송도 투자가 임박했다는 소식이다. 잇달은 낭보에 그동안 풀이 죽어 있던 인천시와 인천경제구역청은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그러나 갈 길은 멀고 축배의 잔을 들기엔 이르다. 송도 랜드마크가 될 동북아트레이드센터(NEATT)와 글로벌캠퍼스 등 삐걱거리고 있는 대형 사업을 서둘러 완성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국내 대기업 유치는 송도의 성공을 부르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까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대기업 입주와 함께 송도에 입주한 중소중견기업의 성공 스토리가 필요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카지노용 모니터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코텍이 좋은 예다. 주안에 있던 이 회사는 송도로 이전해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본사 와 공장이 주안에 있을 때는 시큰둥하던 NEC·지멘스·바르코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송도 시설을 둘러보곤 너나없이 거래하자고 덤벼들고 있다. NEC의 한 임원은 “일본에도 없는 시설을 갖췄다”며 부러워했다고 한다. 코텍은 이들과의 거래로 세계 1위 품목을 조만간 몇 개 더 추가할 것이란 기대에 부풀어 있다.
코텍의 한 임원은 “이 모든 것이 송도로 이전한 후 일어났다”며 흡족해 했다. 삼성의 투자로 ‘과연 송도가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외혹의 시선이 상당부분 씻겼다. 남아 있는 의혹은 코텍 같은 성공 기업이 하나둘 늘어날 때 자연스레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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