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부터 컴퓨터그래픽(CG)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뭉칫돈을 투자한 후 첫 번째 성과를 발표했지만 정작 속을 들여다보면 전형적인 ‘실적 부풀리기’로 드러났다. CG산업 지원은 오는 2013년까지 이어질 예정이어서 보다 실질적인 계획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이 발간한 ‘코카포커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시장에 진출한 CG 업체 중 1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기업은 7개라고 명시돼 있다. CG산업이 불모지에 가까운 과거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수치지만 면밀히 들여다보면 옹색하다.
진흥원이 제시한 7개 업체는 동우애니메이션과 조이맥스·그라비티·와이디온라인·드래곤플라이·액토즈소프트·엘엔케이로직코리아다. 이 가운데 CG 전문기업은 하나도 없다. 동우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 제작 업체고, 나머진 모두 온라인게임 업체다. 이들이 해외 시장에 수출한 제품은 CG 기술을 적용한 게임과 애니메이션이다.
진흥원은 이를 실적에 넣었다. ‘100억원’이라는 상징적 수치를 내세워 전체 CG기업 중 18.9%에 달하는 7개 기업이 좋은 성과를 올렸다고 명시했다. 주로 미국과 일본·중국 등에 수출했다고 나와 있지만 이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업체들이 이미 진출한 지역에 불과하다.
문화부는 지난해부터 CG산업 육성을 위해 2013년까지 2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CG는 기술력이 더 큰 영향을 끼치는 분야라 해외시장 진출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글로벌 시장 진출의 중요성을 적극 부각한 바 있다.
진흥원 관계자는 “100억원 수출 기업 중 순수 CG 기술을 가진 업체는 없고, 이를 정확하게 명시하지 않은 사실도 맞다”며 “이유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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