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자주 접하는 속담 중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이 있다. 협업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한 선현들의 지혜로 비롯된 속담이다. 이러한 속담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들과 만나 함께 일을 하다보면 ‘Two heads are better than one’ 이라는 표현을 종종 듣곤 한다. 서로 다른 문화와 다른 피부색을 지니고 있어도 ‘함께’한다는 것의 중요성은 똑같이 느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 MWC 2011 개최지 바르셀로나에 가서 느낀 가장 큰 것은 바로 ‘함께’라는 화두가 아닐까 감히 말하고 싶다.
전 세계의 주요 통신사업자 및 휴대폰 제조업체·장비업체·콘텐츠 제공업체 등이 다양하게 참여해 자신들의 앞선 기술 및 사업 모델들을 선보이는 전시회장을 방문했을 때, 전시장 곳곳에서 우리는 긴밀하게 ‘함께’하는 사업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KT와 AT&T·보다폰·IBM·퀄컴·에릭슨 6개의 글로벌 선두 기업들이 공동으로 전시관을 마련해 운영됐던 ‘임베디드 모바일 하우스(Embedded Mobile House)’는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넘어서 사물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떻게 이뤄지는가를 잘 보여주었다. 이 전시관은 6개 회사가 서로 협력해 구성했고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장소로 많은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비단 전시관에서만 이렇게 ‘함께’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다. 통신사업자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발표하는 자리에도 함께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MWC에서 처음 창설을 발표했던 WAC(Wholesale Application Community)의 현재 진행상황과 향후 발전방향을 공유하는 자리에도 삼성전자·에릭슨·KT 등 WAC을 지지하는 사업자와 제조사들이 함께 자리함으로써 향후 공동협력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기도 했다.
글로벌 사업자들간의 협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내 사업자들끼리의 서로 함께하는 모습도 이번 MWC에서 만날 수 있었다. 바로 KWAC 부스다. KWAC은 WAC의 신속하고 실질적인 상용 서비스를 위해 방통위와 국내 이동통신 3사 및 유수의 국내 제조사,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공동으로 국내 상용화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형 WAC을 의미한다.
이 부스는 단순히 서비스 과정을 시연을 한다는 의미 외에 이제는 국내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회사 간에도 협력을 통해 보다 발전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사실 비즈니스에 있어 ‘경쟁(Competition)’은 필연적인 명제다.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기업은 발전하며 경쟁에서 낙오된 기업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져 왔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촉발한 새로운 시대에는 협력과 경쟁을 동시에 추구하는 ‘코피티션(Copetition)’ 패러다임이 새삼 중요해 지고 있다. 경쟁을 통해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협업과 겨루기의 장점을 모두 수용함으로써 보다 큰 시장, 보다 큰 기회에서 서로 승자가 되는 시대가 성큼 눈앞에 다가 온 것이다. 배타적인 무한경쟁을 통한 에너지 소모는 줄이고, 그 에너지를 서로 협력하는데 활용하여 영역을 새롭게 키우고 새로운 시장을 발굴함으로써 모두가 흡족해 지는 세상. 그 동반성장의 가능성이 배경음악처럼 깔려있던 이번 MWC 2011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한원식 KT 개인고객부문 무선데이터사업본부장 hahn@k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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