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스마트시대가 열렸다
(4) 전력 관리도 효율적으로 ‘스마트 그리드’ 성큼
2012년 봄. 풍납동에 거주하는 주부인 김모씨는 세탁기의 타이머 기능을 선택한 뒤 잠을 청한다. 전기요금이 가장 저렴한 시간에 맞춰 예약을 했다. 김 씨가 사용하는 세탁기는 스마트그리드 기능을 내장해 가장 저렴한 요금시간대에 빨래를 해 준다. 잠에서 깬 김 씨는 의류건조기에 또 다시 시간설정을 하고 외출한다. 멀지않은 미래에 스마트그리드 기술이 구현해 줄 우리의 일상이다.
50년 만에 찾아온 한파로 인해 전력대란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겨울철에 전력소비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를 맞아, 정부와 각 기업들 역시 스마트그리드를 새삼 주목하고 있다. 겨울철에도 전력 대란이 발생하면서 절전제품과 전기료 및 소비전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전기차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자동차 업계도 스마트그리드 산업에 대한 관심과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있다.
◇스마트그리드 시대 성큼=스마트그리드는 스마트빅뱅을 이끌 또 다른 신기술이다. 똑똑한(Smart) 전력망(Grid)을 일컫는 스마트그리드는 전기를 만들어 파는 업체와 소비자가 서로 정보를 주고받아 에너지 소비를 효율화시켜 준다.
실제로 각 가정에서 내는 전기요금은 단가가 정해져있지만 공급자 쪽에서는 발전단가가 다르다. 에어컨을 많이 사용하는 여름철에 전력사업자는 전기를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화력발전소를 최대한 가동하게 된다. 그런데 전력 사용량이 줄게 되면 단가가 저렴한 원자력 발전소만 가동해도 되지만, 발전단가가 비쌀 때는 요금을 비싸게 매기면 많은 사람이 전력사용을 줄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원리가 작용하도록 전력망을 지능화하는 게 스마트 그리드다.
한전과 같이 전력을 파는 기업 측에서는 전력 수요를 예측할 수 있어 좋고, 소비자 역시 요금이 상대적으로 쌀 때 각종 전기기기를 돌릴 수 있어 이롭다. 전력공급자와 소비자가 IT를 통해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 에너지효율을 최적화 할 수 있는 것이다.
◇시장은 청신호=스마트그리드 사업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희망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30년까지 스마트그리드 관련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최소 2조988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파이크리서치는 한 보고서에서 아·태지역에서 스마트미터 설치가 2010년 약 5억3000만대를 시작으로 연평균 37%에 달하는 성장률로 2016년 35억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16년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약 35억대의 스마트미터가 설치될 것으로 전망한다.
전기자동차 사업 전망 역시 장미빛이다. 2020년까지 전기차 누적 보급대수가 100만대에 이르면 가정·급·완속 충전기를 모두 합쳐 52만대 이상이 설치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충전기는 민간부문에서 2020년까지 누적으로 가정용에 13만4000대, 완속충전기 37만4000대, 급속충전기 4000대가 각각 깔릴 전망이다.
◇정부, 법제도 인프라 손질 중=이처럼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유망하게 거론되면서 정부도 최근 스마트그리드 사업의 고삐를 다시 죄고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산업적으로는 전기차 산업의 성장, 전력요금에 대한 관심 증대에 힘입어 발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경부는 최근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 추진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파악하면서 활성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본격적인 실증단지 운용과 지능형전력망 촉진법 시행 등에 앞서 관련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홍혁 스마트그리드협회 실장은 “실증단지사업 단계에서는 이 사업의 수익성을 얘기하기가 힘들다”면서 “단위기술, 요소기술로는 선진국에 비해 다소 부족한 점이 있으나, 종합적으로 봤을 때는 뒤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실장은 이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지능형전력망 촉진법이 통과된다면 기업들의 사업이 보다 안정적으로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박스> 산업계 준비 현황
가전업계도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제품 개발에 한창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상용화를 눈앞에 둔 가운데 해외 기업으로는 독일 밀레와 지멘스가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다.
스마트가전은 지능형전력망을 이용해 시간대별 전력요금에 따라 최적의 운용 시간대를 설정함으로 전기요금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전력회사로부터 전송된 전기요금 예상치에 따라 냉장고의 제빙, 제상 시기를 조절하거나, 세탁기의 작동시기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주간단위 또는 월간단위로 그 동안 사용한 전기량과 전기요금을 확인할 수도 있다.
LG전자는 올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상용제품을 개발 중이다. LG전자가 준비하는 스마트가전은 냉장고 세탁기, 오븐, 로봇청소기다. LG는 가전제품을 스마트폰, 스마트 미터와 연결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스마트 미터(Smart meter)는 시간대별 전기의 사용량과 요금을 알 수 있는 전자식 전력량계를 말한다.
삼성전자 역시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접목한 냉장고 세탁기 오븐을 개발 중이다. 전력 수요가 최대치가 되었을 때는 높은 전기세가 매겨지고, 전력수요가 거의 없을 때는 상대적으로 낮은 전기세가 매겨지는데 양방향 통신을 통해 차등된 전기세의 갭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의 스마트그리드 제품은 와이파이 기능을 내장해 무선 네트워크 연결이 가능하고, 냉장고 최초로 DLNA 인증을 받아 주변기기간 데이터 전송에 대한 호환성도 갖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열린 G20정상회의 당시 관계사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스마트 가전과 신재생기기 및 전력저장장치를 통합적으로 구현했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지그비 와이파이 TCP-IP 등 양방향 통신기술과 스마트 미터 등 제어기술 및 에너지 절감 알고리즘, 고효율 송배전 기술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밀레는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열린 IFA 2010 전시회에서 전기료가 가장 저렴할 때를 자동인식해 프로그램을 가동시켜주는 세계최초의 세탁기와 의료건조기를 선보였다.
밀레코리아 윤일숙 팀장은 “유럽의 경우 전기공급업체가 다양하고 시간대별로 전기요금이 다르기 때문에 가정에서 전기료 절감에 큰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SG ready’로고가 새겨질 ‘스마트 그리드’가 장착된 드럼세탁기, 의류건조기 등 밀레 제품들은 독일 시장에서 올해부터 본격 공급될 예정이다. 밀레는 현재 시범적으로 대단위 콘도에 납품계약을 체결해 놓고 있다.
윤 팀장은 “밀레가 중점적으로 선택한 주제는 지능형네트워크망으로, 전기료가 가장저렴할 때를 자동인식하여 프로그램을 가동시켜 주는 세계 최초의 세탁기와 의료건조기를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멘스는 유럽을 중심으로 ‘스마트 와트’ 모델을 시험 중이다. 일반 가전에 탑재하는 이 기능은 전기요금 정보를 받아 가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최적화 프로그램이다.
한국전력은 IBM과 손을 잡고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차분히 준비 중이다. 한국전력(KEPCO)은 IBM과 전 세계 굴지의 전력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글로벌 인텔리전트 유틸리티 네트워크 연합(GIUNC)’에 12번째 회원사로 가입했다. GIUNC는 차세대 스마트그리드 기술개발을 목표로 2007년 IBM이 창립해 전 세계 굴지의 11개 전력사가 회원사로 가입·활동하고 있는 글로벌 전력회사 연합이다.
특별취재팀 = 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양종석 기자, 문보경 기자, 허정윤 기자, 박창규 기자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아시아 태평양지역 스마트미터 설치 전망
-
김원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