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기관장에게 듣는다]<22>김명수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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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측정표준을 내실화하는 원년으로 삼겠습니다.”

 국제 측정표준의 선도그룹에 속해 있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김명수 원장이 새해를 맞아 던진 화두다.

 우리나라 국제표준 수준은 정량적인 표준 능력으로 볼 때 세계 6위다. 측정값의 불확실한 정도를 따지는 불확도 면에서는 정확성이 뛰어나 세계 3위 수준에 올라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순위에 신경쓰기보다는 실력을 탄탄히 다져 기초역량을 키워 나가겠다는 것.

 사실 표준연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측정 단위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7개 항목인 ‘SI기본단위’(국제단위계)는 이미 세계 정상 수준에 올라 있다. 7개 항목은 물질량(㏖), 온도(K), 시간(s), 질량(㎏), 전류(A), 길이(m), 광도(㏅)다. 전 세계의 표준시간을 결정하는 1차 주파수표준기 보유국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6개국뿐이고, 이를 표준과학연구원이 만들어 보유 중이다.

 우리나라는 측정표준 전체 품목 241개 가운데 167개의 표준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2~3개씩 표준 능력을 늘려가고 있다.

 다른 선진국들이 100년 이상 걸려 만들어 놓은 여러 표준을 표준과학연구원은 30년 만에 일궈냈다. 아프리카 케냐와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표준기관이 잇따라 한국을 찾아와 ‘한 수’ 가르쳐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들이 미국이나 독일을 찾아 ‘한 수’ 요청을 하면, 오히려 ‘한국 가서 배우라’고 조언까지 한다는 것. 표준체계를 쉽고 빨리 습득하는 데는 한국만 한 나라가 없다는 설명까지 친절하게(?) 뒤따른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현재 표준연은 이동하는 전자의 개수로 무게를 재는 ‘와트 밸런스’(질량저울) 연구에 전력하고 있다.

 시간의 경우는 300만분의 1초까지 측정하는 세슘원자분수시계를 확보하고 있다. 길이 부문에선 백금 레이저 파장으로 길이를 측정하는 세계 정상 수준에 도달해 있다. 반면에 무게단위 측정은 현재 세계 각국이 앞다퉈 새로운 방법에 의한 표준찾기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표준과학연구원도 이에 뒤질세라 무게 국제표준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비전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주신다면.

 ▲올해 창립 36주년을 맞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이제 ‘장년’으로 들어가는 초입단계에 서 있습니다. 출연연구기관의 맏형으로서 국익을 창출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임무와 역할에 충실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국가 측정표준의 확립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측정표준 연구의 내실화, 중소기업 등 산업체와의 협력 프로그램 확대, 세계 표준기관과의 국제 협력활동 강화 등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측정표준의 내실화로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국가경제 발전과 미래 먹을거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봅니다.

 -수월성연구단 사업을 통해 표준과학연구원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또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올해 가장 역점을 두는 기술과 사업 분야로 수월성연구단(WCL:World Class Lab)을 주축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과제를 들 수 있습니다. 대용량 역학측정 기반 구축사업과 의료방사선 측정표준 확립사업을 펼쳐 국가 측정표준을 확립하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4월 처음으로 수월성연구단으로 뇌인지측정연구단을 출범시켜 국가 측정표준 확립에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올해는 차세대 광도 측정표준 연구랩, 나노바이오융합 연구랩 등에 대해 올 초 선정작업을 마무리해 신규로 수월성연구단을 출범시킬 계획입니다.

 -신규사업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연구원의 신규 사업으로 ‘대용량 역학측정 기반 구축사업’과 ‘의료방사선 측정표준 확립사업’을 추진합니다. 국가산업의 규모가 세계화, 대형화됨에 따라 거대 역학량에 대한 표준과 교정 요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중공업·자동차·원자력 분야뿐 아니라 대형 건축물과 교량 등의 구조물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거대한 용량의 질량, 힘, 압력, 토크 측정분석기술이 필수입니다. 이에 KRISS는 힘표준기의 필요성 및 시급성을 느끼고 올해의 연구과제로 선정했습니다. 우주항공, 원자력, 국방,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측정평가기술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500kN(킬로뉴턴·뉴턴은 힘의 단위)보다 한 단계 수준 높은 1MN(메가뉴턴)급의 실하중 표준기를 개발할 것입니다.

 -암 치료에 이용되는 방사선의 표준화 작업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의료 방사선 측정표준 확립사업’을 통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암 치료를 위해 암 치료에 널리 이용되는 의료용 선형가속기 방사선에 대한 측정표준을 확립할 것입니다. 국내 암 치료에 널리 활용되고 있는 선형가속기(LINAC)의 신뢰도와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표준기관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연구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이외에도 국가 사회적 이슈 및 과학기술 정책과 부합하는 사업으로 ‘차세대 전자파 평가기술 개발’ ‘스마트그리드 핵심 측정 기반 확립’ 사업에 대해 지난해 선정작업을 완료했습니다. 2012년 신규 주요사업 추진과제로 그 필요성과 중요성을 부각해 나갈 계획입니다.

 -지난해 한국전 참전국 표준기관과의 협력 관계 구축 등 세계 각국과의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지난해 세계 각국과의 협력 활동을 기반으로 올해도 선진국과의 협력 파트너를 확대하고, 개도국 지원사업의 내실화 등을 통한 국제기구에서의 주도적 활동을 수행할 계획입니다. 글로벌 측정표준 분야에서 기술 수혜국에서 기술 공여국으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추진했던 한국전 참전국가를 비롯한 개도국 표준기관과의 협력 지원사업을 더욱 내실화하고 선진 표준기관과의 연구개발 협력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올해는 필리핀·에티오피아·콜롬비아 등 6개국을 대상으로 인적자원 및 측정설비 역량을 강화하는 사업에 5억원의 예산을 배정해 개도국이 자체적으로 측정표준을 확립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유엔과의 협력사업도 추진하고 있는지요.

 ▲국내 최초로 유엔 산하기구인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와 공조해 ‘UNIDO-KRISS 측정훈련센터’ 사업을 확정했습니다. 이 사업은 무역 역량 구축에 측정표준 인프라가 필수라는 사실을 설득해 UNIDO 및 우리 외교부의 합의를 도출하였고, 공동 재원을 투입(총 31만3000유로)해 2011년부터 2년간 총 60명의 아시아-아프리카 지역 개도국 기술자 초청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강화 정책에 부응한 과학기술계의 대표적인 역할 모델이 될 것이며, KRISS는 수혜국가 대상기관과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우수성과 국격을 높여 나갈 것입니다.

 이와 함께 미국 국가표준기관(NIST)과 영국 등 선진 표준기관과의 연구개발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쿠웨이트 국가표준기관 등 중동·아프리카 국가와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넓혀 나갈 것입니다.

 

 ◇ 출연연 첫 중소기업협력센터 신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지난 1월 1일자로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출연연구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중소기업 지원 전담부서인 중소기업협력센터를 신설했다. 산업체 지원활동에 적극 나서기 위해서다.

 초대 센터장에는 초전도그룹장을 지낸 이규원 박사를 임명했다. 센터 구성원은 만 20년 이상 기술개발 경험이 있는 기업 지도 경력자로 구성했다.

 표준연 측은 센터 설립에 대해 동반성장이 국가경제 발전의 패러다임으로 부각되면서 이를 출연연구기관이 앞장서 실천하겠다는 김명수 원장의 기업 지원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표준연이 가진 세계 수준의 측정기술을 활용해 중소기업 지원을 극대화하자는 것.

 표준연은 이 센터를 통해 교정·시험·인증 표준물질 보급뿐만 아니라 제품생산과 관련된 기술의 직접적인 지원을 위해 필요한 기술지도, 자문활동, 업체 맞춤형 지원활동 등을 펼칠 계획이다.

 대표적인 지원 프로그램으로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 향상을 위한 측정기술 지원요구에 맞춰 다양한 연구 경험을 보유한 연구자가 직접 전담산업체를 방문해 기술적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홈닥터제도’를 꼽을 수 있다.

 홈닥터제도는 기술적 문제와 전문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연구원이 현장을 방문해 자문 및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해 30명의 홈닥터를 선정해 지원하던 것을 올해에는 50명 이상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또 측정기술 관련 산학연 네트워크인 측정클럽 운영도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측정클럽은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을 전문가가 직접 청취해 문제점을 진단하고 각 측정분야의 기술동향 파악 및 정보교류를 위한 장이다.

 현재 측정클럽은 질량·힘·압력·온습도·음향·전자파 등 총 24개 분야에서 5000명의 회원이 활동하며, 매년 측정클럽 종합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

 이 외에도 표준연은 업체에서 의뢰한 기술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자문 시스템을 운영하는 한편 연구원 창업 및 창업보육센터 운영 등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즉각 반영하고 해결하는데 전력하고 있다.

 표준연 관계자는 “1 연구원 1 산업체 지원 등 산업체 맞춤 지원 서비스를 강화한다”며 “중소기업의 능력 강화는 국가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만큼 효과적인 중소기업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수 원장은 누구?

 김명수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은 국방과학연구소(ADD)에 첫발을 들여 놓은 뒤 1987년부터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국가표준 확립사업을 주도하고, 기술의 산업체 보급에 앞장서 왔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주리대학에서 화학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 원장은 산업측정표준부장, 연구기획부장, 전자기표준부장 등 10년 가까이 표준연에서 대부분의 보직을 맡아 표준의 달인으로 불린다.

 지난 2008년 12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10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김 원장은 표준연에 34년간 몸담아 왔던 만큼 표준과 직원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기관 근무기간으로 따지면 내부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베테랑급이다.

 취임 이후로 구성원 간 소통과 화합에 초점을 두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각 연구실을 직접 찾아가 연구원을 만났다.

 또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강조해 왔다. 주인으로 스스로 연구하고 일할 때와 누군가 시켜서 일할 때의 마음가짐은 확연히 다르고, 그 결과 또한 영향을 받는다는 확고한 신념 때문이다.

 특히 현장을 직접 찾아 직원들의 애로를 듣는 등 현장실무에 밝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연구원간 다툼이 발생하면 서로의 입장에서 판단해 서로 화해를 잘 시키는 기관장으로 이름이 나 있다.

 지난해부터는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장을 맡아 출연연의 위상 강화 및 대덕특구 활성화를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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