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열풍 이후 세계적으로 3D 산업에 대한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등장인물이 당장 TV에서 걸어 나올 듯한 입체영상을 가정에서 즐길 수 있도록 3DTV와 안경이 출시됐고 3D 카메라도 등장했다. 아날로그에서 HDTV시대로 전환된 지금, 국내 영상 및 디스플레이 시장은 또 다른 전환점을 맞고 있는 것이다. HDTV에 이어 입체영상 콘텐츠도 속속 현실화되고 있다.
전자신문과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산·학·관 전문가가 참여하는 ‘3D 융합기술의 국제표준화 추진전략 좌담회’를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3D산업에서 우리나라의 기술우위 및 경쟁분야를 점검하고 향후 글로벌 표준화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역할과 방향을 논의했다.
◇참석자
김남 충북대 교수
김창용 삼성전자 전무
김치동 기술표준원 국장
최승종 LG전자 상무
황민철 상명대 교수
(이상 가나다순)
사회=김승규 전자신문 산전부품팀장
◇사회=오늘 이 자리는 3D 산업 활성화와 표준화를 위해 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정부의 표준 정책 방향을 들어보기 위해 마련됐다. 우선, 업계가 바라보는 입체영상 산업의 미래에 대해 얘기해보자.
◇김창용 삼성전자 전무=2009년 영화 ‘아바타’로 시작된 3D 산업은 현재 도입기다. 앞으로 교육·의료·오락·건축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해 TV외에 더 큰 시장이 펼쳐질 전망이다. 현재 모니터, 노트북, 디지털카메라, 블루레이 플레이어 등 3D를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인이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에 따르면 3D 하드웨어 세계시장은 매년 60% 이상 성장해 2015년에는 1700억달러에 이를 것이다. 3D 디스플레이 판매도 2009년 3억달러에서 2018년에는 220억달러 시장으로 형성될 전망이다. 특히 2018년 3DTV시장은 169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즉 3DTV가 2∼3년 후에는 TV시장의 30%, 5년 후에는 절반가량을 차지하며 시장의 주역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빠르게 하락하는 TV 가격으로 수익성이 약화되는 세트 제조사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 극장, 게임, 교육, 방송 산업 등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스마트 TV와 3D가 합쳐지면 더 폭발적인 시장을 형성할 것이다.
◇최승종 LG전자 상무=3DTV 상용화가 진전되면서 가전매장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세트 제조업체로서는 기회이자 위협으로 다가온다. 바야흐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혁명에 이어 실감시대라는 새로운 시대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한편으로는 부가가치를 높여서 후발 국가들과 격차를 벌일 좋은 기회이지만 자칫 시기를 놓치면 후발 국가들에게 역전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아날로그에서 영화를 누리던 일본이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우리나라에 1위를 빼앗긴 과거를 명심해야한다. 디지털TV 분야의 주도권을 유지하고 격차를 벌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3DTV에 대한 연구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 LG전자는 올해 기존 셔터글라스 방식과는 다른 FPR(Film Patterned Retarder) 방식의 안경식 3DTV를 출시하는데 이는 사람 눈에 좀 더 편안한 3DTV를 개발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삼성에서도 셔터글라스 방식에서 최소 무게의 안경을 개발하는 등 업계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창용=3DTV는 현재 안경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향후 10년은 안경 방식 위주로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미래에는 무안경방식의 다시점 기술로 발전한다. 하지만 이렇게 가기 위해서는 디스플레이나 영상처리 분야에서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장기적으로는 리얼 3D 무안경방식이 주류를 형성할 텐데 광고용·건축용 등의 새로운 시장도 형성될 것이다. 전제조건은 디스플레이가 초고해상도인 풀HD보다 4배 좋은 고화질이 요구되고 데이터 처리능력도 기존 대비 훨씬 좋아져야 한다. 안경방식 정도의 고화질을 제공하는 무안경 3D 방식은 시간이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 산학연이 연구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가면 시각적으로 실제와 같은 3D 리얼 기술로 갈 것이다. 후보기술로는 슈퍼 멀티뷰, 홀로그램 등이 존재한다. 이를 위해선 디스플레이, 고속 전자 스위칭 소자, 광학소자 등의 개발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 기술력을 쌓은 한국에 기회가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닌텐도 위의 모션 컨트롤러 기술처럼 3차원 공간상의 콘텐츠를 제어하고 조작하는 기술이 등장하는 것이다.
◇사회=3DTV가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 같다. 3D 활성화를 위한 표준화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김치동 기술표준원 국장=정부가 작년에 수립한 ‘3D 산업 발전전략’에도 명시되어 있듯 우리나라는 국제 표준화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우리의 주장을 전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3D 산업 기술이 국제표준을 선점하는데 집중하는 전략이다. 3D 산업의 표준화는 3D의 핵심 기반기술이 중심이기 때문에 그 국가의 산업 수준과 직결돼 있다. 특히 3D 산업이 초기시장 단계에 있어 국가 간 국제표준 경쟁 분야인 디스플레이, 안전성, 콘텐츠 등은 물론 영화 등 응용 분야에서도 정보교환이 이뤄지기 위한 제도적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최승종=눈을 표준화로 돌리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이제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생각한다. 표준화가 돼야 소비자들은 3D 관련 제품을 불안해하지 않고 구입할 수 있다. 업체들도 미래의 클레임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현재 상용화된 것은 양안식 3DTV 인데 각종 3D 기기 간의 연결방식에 대한 표준화를 지원하는 정도다. 이를 HDMI1.4라고 하는데 현재 출시되는 대부분의 3DTV가 이를 지원한다. 쉽게 말하면 3D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3DTV 간의 연결 규격이다. 이와 비디오 코덱 등 방송방식, 안경, 휴먼 팩터 등과 차세대 무안경식 3DTV 등에 대해서는 논의는 활발하지만 표준화된 게 없다.
안경이 그렇다. 양안식 방식에 중요한 것이 안경인데 업체 간 표준화가 안 돼 있어 고객과 업체 모두 불편하다. 휴먼 팩터에 대한 표준화나 가이드라인도 마련돼야 한다.
◇김남 충북대 교수=우선 삼성·LG 등 기업들이 세계 3D 산업을 주도하는 점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지난해 기술표준원이 중심으로 ‘3D 산업 표준기술연구회’가 구성돼 표준화 전략을 내놓은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표준화 활동을 하면서 산업기술과 병행해 같이 진행한 사례가 없었는데 3D 산업만큼은 기술이 병행하면서 표준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3D 산업은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기본 전략은 3D 산업의 안전성, 디스플레이, 영상정보처리, 콘텐츠 응용, 영화 등 5개 분야에 대해 20515년까지 시장성숙도에 따라 3단계로 나눠 표준화를 추진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디스플레이, 영상정보처리 분야를 중심으로 국제표준화를 주도하고 있어 활발하게 활동하면 표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사회=3D 시청자들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안전성 분야에 대한 표준화 준비는 어느 정도 인가.
◇황민철 상명대 교수=3DTV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와 같은 휴먼 팩터에 대해서 우선 용어정리가 필요하다. 휴먼 팩터는 광범위하다. 긍정적 방향은 3D TV는 한곳에 몰입할 수 있게 하거나 흥미롭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방향이 있다. 반면 어지럼증은 부정적 방향이다. 기존 미디어 전송 장치는 실용성 측면에서 연구가 많이 진행됐다. 하지만 3DTV는 다르다. 쓰나미처럼 갑작스럽게 3DTV가 몰려오면서 집안의 환경요인이 바뀌고 있다. 3D 영상에 대한 시각인지 방식이 바뀌면서 장시간 노출되면 광과민성발작, 영상멀미, 시각피로 등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만약 잘못되면 산업의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미리 막아야한다. 현재 미국은 3D 민간 산업협회인 3D@HOME에서 휴먼 팩터 연구를 시작했고 일본은 ISO 활동을 통해 휴먼 팩터 국제표준화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점에서 3차원 영상을 위한 장치와 콘텐츠의 기술이 사용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디자인과 사용자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사회=앞서 얘기한 것처럼 실제 부정적 휴먼 팩터 요인으로 인해 3D 산업이 꽃도 피기 전에 사라져버리는 위기가 올 수 있다. 그렇다면 휴먼 팩터에 대한 표준화 논의가 우리나라에선 어느 정도 진행됐나.
◇황민철=휴먼 팩터를 유발하는 여러 요인이 다양하게 통합돼 파악이 어렵다. 최근 휴먼 팩터 표준화 위원회에서는 휴먼 팩터 요인에 대한 표준화 전략을 작성하게 됐다. 유발요인 100여개를 찾아냈고 이를 각각 군집화해 30개로 추린 후 다시 4가지 대표 요인으로 줄였다. 바로 시청자 요인(학습성), 환경요인(즐기는), 디스플레이 요인, 카메라 장치 요인 등이다. 하지만 여전히 종합적인 측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휴먼 팩터란 추상적인 것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문제다. 측정기술을 위해 의학, 공학, 심리학, 인문사회학 등 여러 분야가 융합돼야 체계적인 측정이 가능하다. 정교한 측정기술이 결합하면 위험한 휴먼 팩터 요인을 찾아내 국제 표준이나 디자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다.
◇사회=3D 산업 표준화에 대한 다양한 요구가 있는 것 같다. 정부의 3D 산업 표준화 전략의 핵심은 무엇인가.
◇김치동=지금까지 3D 국제표준화 활동은 우리나라가 기술력을 보유한 3D디스플레이 및 동영상 압축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3D 산업은 제품단위의 표준화와 달리 융합적 요소가 많아 표준화에 대한 전략이 어렵다. 그래서 표준을 주도할 민간 코디네이터를 올해 선정할 예정이다. 코디네이터는 해당 분야에서 업계나 학계의 연구성과를 조합해 표준화안을 마련하고 이를 국제표준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 하지만 표준화가 일방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어서 주요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실상 국제표준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하겠다. 대표적 분야가 휴먼 팩터와 디스플레이 분야다. 또 올해 IEEE ‘글로벌 3D 표준기술 포럼’을 국내에서 개최해 3D 산업에서 디스플레이 분야의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한국이 3D 산업의 구심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김창용=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산·학·연이 기술과 표준에 대한 논의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각자 입장이 다른 주체를 모아 정부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오는 10월 11일과 12일 이틀간 개최될 ‘글로벌 3D 기술표준 포럼’은 이러한 장을 마련한 것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여기에 3D 전문행사인 ‘월드 3D엑스포’와 동시에 개최돼 글로벌 3D 전문가가 대거 찾게 돼 3D 산업의 국제표준화 선도에도 큰 역할이 기대된다.
또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표준화를 비롯한 원천기술 표준화 등에 투자해야 미래 성장엔진으로 3D 산업이 발전할 것이다. 기표원이 구심점이 돼 이런 역할을 꾸준히 해주길 바란다.
◇최승종=표준화에 대해 정부가 방향을 잘 잡고 있다. 3D 표준은 산업과 같이 가야 한다. 기술과 산업도 같이 병행해야 하는데 인력이 걸림돌이다. 3D 산업에도 기술과 창의 인력이 부족하다. 3D 산업은 콘텐츠 산업과 연계돼 융합형 인재가 넘쳐나야 한다. 그래야 글로벌시장을 끌고 가는 업체가 생긴다. 또 3DTV가 자리를 잡으려면 대표적 콘텐츠인 방송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디지털방송의 조기 전환이 DTV 발전에 도움이 됐듯이 3D 방송이 실시되면 산업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다. 3D가 기술을 넘어서 산업화로 진전되기 위해서는 각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치동=앞선 의견대로 3D 관련 기술표준화는 국내 기업이 세계시장 진출에 도움이 되는 핵심 표준 위주로 발굴해 추진하겠다. 발굴된 표준은 신규 국제표준안으로 적극 제안해 경쟁대상국이 제안한 표준과 경쟁하면서 실리를 쫓겠다. 또 표준 외에도 정부와 민간의 협조 아래 산학연관이 역할을 분담하고 상호 협력해 정부가 민간 표준화를 지원해 표준화에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
정리=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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