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신건우 씨(45)는 작년 말 소셜커머스를 통해 파스타와 피자 세트 200개를 40% 할인해 팔았다. 당장 손실을 봐도 레스토랑 이용객이 계속 매장을 방문하거나 인터넷으로 입소문을 내면 이익이 될 것이라 판단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신씨는 "손님이 특별히 늘어난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 대학생 유진 씨(24)는 소셜커머스를 자주 이용한다. 티켓몬스터, 위메이크프라이스, 쿠팡 등 여러 개 소셜커머스 사이트에 한꺼번에 가입해 매일 아침 마음에 드는 상품을 구입한다. 유씨는 "한 번 할인가에 이용한 상품을 다음에 원래 가격으로 다시 이용한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모바일 시대 새 비즈니스로 각광받던 소셜커머스 서비스가 벌써부터 사업성이 불투명한 게 아니냐는 `상투`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소셜커머스 사업은 특정 상품ㆍ서비스 판매 업체를 대신해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많은 수의 구매자를 모아주는 사업이다. 이들 구매자에게 판매업체는 파격적인 할인가에 상품을 판다. 소셜커머스 업체는 판매업체에서 거래당 일정 수수료를 받거나 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해 돈을 번다. 소셜커머스로 물건을 판 사업자는 제품ㆍ서비스를 홍보해 고객을 늘리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그런데 최근 소셜커머스를 통해 상품을 판매한 사업자들이 재미를 보지 못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매장을 꾸준하게 방문하는 팬을 모으기는커녕 절반가량 할인된 가격에 상품을 제공하는 바람에 손해만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에선 지난해 5월부터 세계 최대 소셜커머스 업체인 그루폰(2007년 창업ㆍ매출 5억달러)을 벤치마킹한 업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쿠팡, 위메이크프라이스, 티켓몬스터 등 300여 개나 된다.
문제는 소셜커머스에서 상품을 구입한 사람이 `뜨내기 손님`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소셜커머스 업체가 너무 많다 보니 소셜커머스 이용자는 대개 여러 소셜커머스 업체를 돌며 할인된 제품만 구입한다.
소셜커머스로는 메뚜기처럼 이 가게 저 가게를 옮겨다니는 손님만 모이고 단골이 될 손님은 거의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SNS를 통한 `입소문 효과`를 노리기도 어려워졌다. 대형 소셜커머스 업체가 광고전을 벌이면서 다른 이용자보다는 광고를 보고 이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지인에게 상품 정보를 알리기보다는 광고를 보고 소셜커머스에 접속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국내 1위 소셜커머스 업체 티켓몬스터의 신현성 대표는 "SNS를 통해 티켓몬스터에 들어오는 사람이 전체 구매자의 5%도 안 된다"고 말했다.
소셜커머스 업체가 입점 소상인에게 손해를 볼 정도로 할인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라고 권하는 경우도 있다. 수수료 수입을 늘리고 회원을 빨리 모집하기 위해서다.
최근 소셜커머스 정보 사이트인 `반가격닷컴` 게시판에 한 회원이 `소셜커머스 판매로 대박을 내고서 제 아버지 식당은 망했습니다`란 글을 올리기도 했다. 소셜커머스 업체가 식당의 능력을 벗어날 정도의 할인상품 판매를 종용했다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소상인, 자영업자가 소셜커머스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입점했을 때 효과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본창 반가격닷컴 대표는 "국내 소셜커머스 비즈니스가 과열돼 좁은 지역에 너무 많은 업체가 난립하고 있다"며 "소셜커머스에 입점한 소상인 중 실제로 이익을 보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과열된 소셜커머스 업계가 정리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매일경제 최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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