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대한항공은 항공기정비 부문을 마지막으로 전사적자원관리(ERP) 구현을 완료했다. 이제 대한항공에서는 항공기가 출발하면 곧바로 수익과 원가가 추정되고 목적지에 착륙하는 즉시 좌석 당 영업원가가 확정된다. 실시간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만큼 서비스 관리와 장애 대처도 실시간이 요구되었다. 대한항공은 비즈니스서비스관리(BSM) 전략의 일환으로 표준 프로세스에 기반한 통합IT서비스관리(ITSM) 시스템을 구축했다.
항공사의 대표적 업무 시스템인 예약발권 시스템, 올 1월 최종 오픈한 ERP 등 대한항공의 정보시스템은 실시간 업무 처리를 기본으로 한다. 고도의 안정성과 성능을 요구할 뿐 아니라 작은 에러나 장애에도 즉각적으로 대처, 바로잡아야 한다.
업무 시스템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었지만 기존 IT관리 작업은 서비스가 아닌 서버 시스템 단위로 이뤄지고 있었다. 분편적인 데다가 보고서 또한 수작업으로 작성됐다.
박명준 대한항공 정보시스템실 부장은 “BSM 구현은 자동화된 ITSM을 전제로 한다”며 “매일 아침 대한항공 정보시스템실, 한진정보통신, 한국IBM 3사 관계자들이 모여 수작업으로 작성, 취합된 보고서를 검토했고 이같은 비효율성을 개선하기로 했다”고 ITSM 시스템 구축 배경을 설명했다.
◇국내 단일 기업 최대 규모 ITSM 구축=IBM 티볼리 ITSM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구축된 대한항공 ITSM 시스템은 국내 단일 기업으로서는 최대 규모다. 대한항공이 한국IBM에 아웃소싱 서비스를 맡기고 있지만 ITSM 소프트웨어는 다른 경쟁제품과 참조사례를 비교해 선택했다.
ITSM을 구축하기 전에는 서비스가 아닌 서버(시스템) 단위로 관리했다. 예약·발권, 화물, 정비, e-비즈니스 등 각 업무 시스템들의 성능과 용량은 충분했지만 통합관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장애 관리를 위해 IT시스템관리 툴과 변경구성관리DB(CCMDB) 툴이 구축돼 있었지만 인벤토리는 별도로 관리되고 있었다. 게다가 관리 도구이자 보고서 작성 도구는 스프레드시트였다.
이 때문에 미미한 장애가 발생할 경우에도 장애 원인을 파악, 분석하기 위해서는 각 부문에서 올라온 보고서들을 처음부터 각각 검토해야 했다. 보고서 역시 각 업무 시스템 관리자들이 직접 작성하므로 객관성이나 일관성이 부족했다.
즉각적인 장애 대처가 어려웠고 동일 혹은 유사 장애에도 매번 처음부터 원인을 분석해 대처해야 했다. 비용 또한 월 마감 이후에만 정산되는 한계가 있었으며 사용량 예측을 위해선 별도의 작업을 해야 했다.
대한항공은 IT인프라 전반에 걸쳐 유연하고 통합된 모니터링 환경 구축과 리포팅 자동화에 초점을 맞춘 ITSM 체계와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각 인프라 구성단위별로 많은 서비스가 공존하고 외부 협력사의 관리자도 사용하는 만큼 통합 모니터링과 자동 리포팅은 필수였다.
◇통합 모니터링 체계에서 장애 이력 관리=대한항공은 모든 플랫폼에 대한 성능을 통합 관리, 운영하도록 했다. 서버 단위의 관리에서 서비스 단위의 관리로 이전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각 운용체계(OS)별로 상이한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필요시에는 누구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관리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항목만으로 포털을 구성할 수 있다.
성능·용량·구성관리 시스템에 대한 통합 뷰가 제공되면서 신속하고 심층적인 장애 원인 분석이 가능해졌다. 장애의 영향도 분석, 통계 등이 일목요연하게 제공되면서 중복 분석, 관리로 일한 작업 낭비도 크게 줄어들었다. 아침 회의 시간이 줄어든 것은 당연하다.
운영 투명성이 확보된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효과다. 필요할 경우 언제든 월 중간에도 보고서에 접근할 수 있어 월 사용량과 과금에 대한 예측이 정확하게 이뤄진다.
박명준 부장은 “ERP와 ITSM의 공통점은 프로세스의 자동화·표준화·통합화라는 목적과 운영 투명성 효과”라며 “이전에는 직원 혹은 고객들이 서비스 장애를 인지한 후에 대처했지만 지금은 즉시 혹은 앞서 대처하고 있는 것이 큰 성과”라고 말했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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