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DI 국제정책대학원이 개발도상국 출신 KDI 대학원 재학생 및 졸업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고국에 가장 도입하고 싶은 한국의 발전경험’을 묻는 문항에 개도국 유학생들은 ‘과학기술정책’을 두 번째로 꼽았다. 또 ‘모든 개발도상국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한국의 발전경험’ 항목에서도 ‘과학기술 정책’이라는 답변이 상위권에 올랐다.
무상원조를 받던 최빈국의 위치에서 명실상부하게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한국에서 가장 배우고 싶은 것이 다름 아닌 과학기술인 셈이다. 특히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한국경제의 수출경쟁력은 기존의 동남아지역 개도국들뿐 아니라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까지 축적해 온 경험이야말로 개도국에는 진정 활용가능한 지식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개도국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노하우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의 과학기술협력은 전략적이기보다는 단기적이고 산발적 지원에 그쳐왔던 것도 사실이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데만 집중한 나머지 그들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과 이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전달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탓이다. 그 예로 지난해 초 국제개발협력기본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부처 간 사업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사업내용이 중복되는 일이 빈번했다. 국가과학기술정책과 과학기술국제협력 간 실질적인 연계가 부족하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었다.
이와 같은 과학기술 분야의 국제협력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국제협력 종합조정 기능을 통해 국가차원에서 국제협력을 체계화 및 전략화하고 다원화된 사업추진을 체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또 국가차원에서 과학기술 국제화활동을 종합지원하고, 현재 턱없이 부족한 과학기술협력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과학기술협력을 제공할 국가를 충분히 연구하는 등 진정 개도국이 원하는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사후관리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협력은 유·무형 자원을 필요한 곳에 적절히 전달해 한정된 ODA 재원을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든다.
특히 개도국이 바라는 것이 단순한 물질적 지원보다 경험과 노하우의 전수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과학기술 지원에서의 전략적 접근은 더욱 필요하다. 지난 한 해 동안 KISTEP은 말레이시아 첨단기술 민관공사와의 기술예측 컨설팅 협약, 카자흐스탄 국가혁신재단과의 컨설팅 프로젝트 등 국제협력 분야에서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이는 무조건적인 지원보다 개도국이 원하는 과학기술원조를 전략적으로 수행하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 교육과학기술부가 UNDP와 공동으로 ‘새로운 한-UNDP 협력사업’ 과제를 선정하고 한국이 축적한 지식과 노하우를 토대로 ‘개도국 수요 맞춤형 사업’을 진행하여 개도국의 교육과 과학기술 발전을 지원할 것이라는 소식은 참으로 반가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개도국 지원사업의 수준이 단순히 재정만 지원했던 단계에서 벗어나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단계로 한 단계 격상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경제규모에 걸맞은 국제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때다. 당당한 원조공여국의 일원으로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희용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글로벌협력실장 hykim@kistep.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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