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스티브 잡스가 주는 교훈

 1년간 소득 1달러(1125원).”

 스티브 잡스 애플 CEO의 연봉 1달러가 또 다시 화제다. 아이팟에 이어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일명 ‘아이(i)’ 시리즈 히트로 궁지에 몰린 애플을 되살려 놓은 그가 지난 1997년 복귀 이후 지난해까지 받은 연봉이 겨우 단돈 1달러라고 한다. 특히 잡스는 다른 글로벌 기업 CEO들과는 달리 보너스나 개인연금 등을 전혀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플이 오늘날 최고 IT기업이 된 데는 잡스의 이런 열정이 녹아 있다. 물론 그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지난 10일 공개한 ‘세계 최고 갑부’ 리스트에서 보유재산이 55억달러로 136위에 올라 있다.

 연봉이 1달러다 보니 각종 명예가 그에게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해 잡스는 CNN머니가 선정한 보수 대비 경영을 가장 잘한 CEO 1위에 올랐다. 애플 주가는 지난해 9월 이후 63%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S&P 500 지수가 9.2% 하락했던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인 주가 상승폭은 70%를 웃도는 수준이다.

 연봉 1달러를 받아 유명한 또 다른 CEO는 2009년 말 미국발 금융위기로 오바마 정부로부터 4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시티그룹의 비크람 펜디트다. 그는 2009년 연봉 1달러에 이어 지난해 1,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는데도 불구하고 이사회의 연봉 인상 제의를 사양하고 2010년에도 1달러 연봉을 고수했다. 물론 이들에게 1달러는 그저 상징적인 의미의 액수에 불과하다. 스톡옵션을 받거나 보유한 주식가치가 올라 먹고사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그런데 누구에게 1달러는 생존의 문제일 수 있다. 월드컵과 각국 프로축구 리그의 공인구를 만드는 인도와 아프가니스탄의 어린이 노동자들이 받는 하루 일당이 1달러다. 이들은 1달러를 벌기 위해 최소 하루 5∼6개의 축구공을 만들어야 하는데 공 한 개당 바느질은 200번을 넘는다.

 또 라이베리아에서 고무 채취를 하는 노동자의 하루 일당도 1달러고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카카오 가공이나 시에라리온에서 다이아몬드 채취를 하는 노동자들의 일당도 1달러다. 이들도 하루 수천 번의 곡괭이질을 해야 이 돈을 벌 수 있다. 1달러는 온가족이 먹고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이다. 그만큼 1달러는 지구촌 사람들마다 의미가 다르다.

 얼마 전 감사원장 후보자가 사퇴했다. 그가 감사원장에 취임도 못하고 청문회 전에 물러난 것은 대통령 비서 출신이 전국 100만명이 넘는 공무원을 감찰하는 기관의 수장으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보다는 웬만한 사람은 직장생활 20년을 해도 1억원을 모으기 힘든 현실에서 단 7개월간의 보수가 7억원이었다는 사실이 국민정서에 반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많은 공직자가 부정한 돈을 받거나 일반인의 상식에 벗어나는 과도한 보수로 낙마하는 사례를 수없이 보아 왔다. 이들 모두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면 분명 능력 면에서 뛰어난 사람들이다.

 연일 계속되는 추위에 서울 달동네 쪽방촌에는 온기가 끊긴 방에서 이 겨울을 나는 서민들이 아직도 많다. 서민 정서를 외면하고 공직에 앉겠다는 일부 인사들을 보면서 무너져 가는 애플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던진 잡스의 교훈이 떠오른다.

 홍승모 전자담당 부장 sm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