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나는 사람들마다 “도대체 남북관계가 어떻게 되가는 거냐”고 묻는다. 북한은 신년 공동사설에서 조건없는 남북대화의 재개를 주장하더니, 당정연합성명에서 또다시 대화를 제의하고, 조평통에서는 구체적인 시간과 의제를 제시하는 등 연일 대화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북한이 태도를 바꾼 배경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12년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완성하기 위해 2011년에는 남북관계는 물론 대외관계를 유리하게 조성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부터, 경제난이 심각하기 때문에 더 이상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까지 스펙트럼이 넓고 다양하다. 대부분의 분석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북한이 진정으로 변화를 했는지 짚어보는 것이다. 우리는 물론 국제사회는 북한이 변화하기를 기대한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건전한 일원으로 참여함으로써 북한 주민의 고통스런 삶을 개선하고, 이로 인해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기를 희망한다. 이 같은 기대는 중국이나 러시아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지난해 저질렀던 군사적 도발에 대해 진정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협의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본다. 북한의 요구대로 새로 시작한다고 가정해 보자. 몇 번은 대화를 하는 듯하지만 결국 북한이 요구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또다시 우리 쪽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악순환을 반복할 것이다.
남북대화가 본격적으로 개시됐던 19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를 회고해 보자.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할 당시 남북 간에는 평화무드가 최고조였다. 하루가 멀다않고 남북한의 총리들이 서울과 평양을 오갔다. 그런데 핵문제가 발발하면서 하루 아침에 남북한은 긴장상태에 돌입했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에도 2년여의 냉각기간을 거쳐 정상회담이 열렸는데 남북관계는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3년여의 냉각기간을 거쳐 임기 말에 정상회담을 개최했지만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남북관계는 다시 냉각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 3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 북한이 다시금 대화 공세를 펼치는 것은 과거 역사의 반복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 하나 분명히 매듭짓지 않고 ‘그럭저럭’ 연명해 가기 위해 단기적으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겠다는 얕은 머리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는 일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북한의 대화와 평화공세에 정책의 근간이 흔들려서는 안된다. 마침 통일부는 연평도 포격과 비핵화 문제를 대화의 의제로 하자는 역제안을 북한에 보냈다.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 변화되지 않은 북한정권과 무조건적으로 대화를 재개하는 것은 과거로의 회귀이며, 악순환 늪으로 빠져 들어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지금이야 말로 일관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어떤 현혹에도 흔들림 없이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정상적인 남북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며, 한반도의 평화를 앞당기는 길이 될 것이다. 북한이 더 이상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북한 핵이 더 이상 북한이 말하는 억제력으로써의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변화는 시작될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이 흔들려서는 안될 것이다.
동용승/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yongsueng.dong@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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