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기관장에게 듣는다] <4> 서종렬 KISA 원장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전문성을 더욱 높여 세계 최고의 인터넷 전문 기관, 그리고 정보보호 전문기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국민과 기업에 가장 신뢰받는 기관으로 우뚝 서겠습니다.”

 서종렬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원장은 새해 이루고 싶은 KISA의 모습을 이같이 전했다. 단순히 말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 행동으로 옮겨 꼭 실현하고 싶은 게 그의 포부다. 하지만 해결 과제들이 적지 않다.

 비정규직원이 전체 직원의 절반을 차지해 고용 환경이 불안하다 보니 우수 인재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 전문기관으로서 전문성을 제고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셈이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계획으로 사옥 나주 이전에 따른 직원 이탈 현상도 우려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정보보호·인터넷 침해대응 등 갈수록 중요해지는 사회적 소임을 다해야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서 원장은 취임 2달 동안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 나름 새해 구상을 마쳤다. 주어진 환경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에 정규직 증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되 내부적으로 직원 재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제고하고 직원이 신바람 나게 일하는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직원 이탈 현상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그는 인터넷 윤리 운동도 체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건전한 인터넷 윤리 문화를 정착해 아름다운 디지털 문화유산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범국민 인터넷 윤리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연초임에도 그만의 ‘KISA 2012년 신사업 프로젝트’도 구상하고 있다.

 -원장 취임 후 2달이 넘었다. 새해를 맞아 지난 2달간의 업무를 되짚어 본다면.

 ▲대내외 행사가 너무 많았습니다.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행사가 열렸습니다. 인터넷진흥원 등 3개 정부 기관이 한 개 기관으로 통합되다 보니 사업도 행사도 3배 늘었죠. 그러다보니 원장으로서 업무를 자세히 파악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호프데이 등의 원내 이벤트를 통해서 직원과 소통의 기회를 많이 갖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부족한게 많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연초부터 부서별로 돌아가면서 신규 사업에 대한 토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3개 정부 기관이 통합한지 1년 6개월이 넘었다. 물리적 화학적 통합 작업을 마쳤다고 보는지

 ▲물리적, 화학적 통합은 어느 조직에서나 해당되는 문제이자 과제입니다. 통합과 융합은 개인 성향 문제입니다. 조직 문화가 다른 3개 기관의 직원이 함께 일을 처리하면서 브레인스토밍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직원 간 화학적 융합으로 이어진다고 봅니다. 그런 점이 조금 부족해 화학적 통합 작업이 더디게 진행됐다고 봅니다. 실질적인 융합은 일처리과정에서 개선하면서 이뤄질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해와 공감대 형성이 중요합니다. 조직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가 동일하면 공감대가 형성되고 직원 간 화학적 통합이 안되고 있다는 지적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고 전문기관으로 변신하기 위해 직원의 전문성 제고 방안은 무엇인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최고의 전문 기관이 되기 위해선 우수 인력도 많이 확보해야 하고 급여도 높아야 합니다. 하지만 KISA는 준정부기관입니다. 한정된 예산과 정원이란 틀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주어진 환경속에서 직원의 전문성을 키우려면 교육밖에 없습니다.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세미나 등을 자주 열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직원의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특히, 직원 스스로 전문성을 높이고 자기개발하려는 동기를 부여하도록 힘쓰겠습니다. 미국·이스라엘 등의 글로벌 기관과 교류협력도 활성화, 해외 견문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정보보호와 인터넷 전문 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산업육성 기관으로서의 이미지가 부족한 면이 없지 않은데.

 ▲중요한 지적입니다. 사실 보안 산업 진흥 업무가 다른 업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게 사실입니다. 백신프로그램·디지털저작권관리(DRM)·바이오인식 등의 보안제품 기술은 국내 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하지만 기업 외형이 영세하다 보니 제품 현지화 개발·마켓팅 및 홍보·해외 법인설립 등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국내 보안업체들이 내수 시장에서 탈피해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하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올해를 해외 정보보안시장 개척의 원년으로 삼고, 국내 기업의 한계 극복을 돕기 위해 수출 지원을 확대하겠습니다. 외국 민간 협·단체 간 국제교류를 통해 국가별 시장 특성에 맞는 맞춤형 해외수출 추진 체계를 보다 강화해 우리 기업들이 스스로 역량을 발휘하는 토대를 만들겠습니다.

 - 새해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조성하는데 힘 쏟겠다고 했는데.

 ▲우리나라 인터넷 윤리 문화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익명성의 그늘에 숨어서 죄의식 없이 타인을 비방하곤 합니다. 인터넷 폐해에 대응하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을 위해 인터넷 윤리 문화 활동을 범국민적으로 전개할 것입니다.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민관협력 연중 캠페인 형태로 추진할 것입니다. 대국민을 대상으로 인터넷 폐해의 심각성을 알리고 건전한 인터넷 환경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전 국민이 공감할수 있는 로고송·캐릭터·콘텐츠 등을 개발하고 활용해 임팩트 있는 윤리문화활동을 추진할 것입니다.

 정부와 포털사·통신사 등과 협력해 유년시절부터 인터넷윤리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해 올바른 디지털 윤리 문화를 만드는데 일조하겠습니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조직으로 변화시키겠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인 방안은 어떤 건지.

 ▲원장 취임 후 직원과 대화하면서 일을 해결하는 접근 방법이 보수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처리 하는데 있어서 활기차게 일하기보다는 해오던 방식대로 열심히 하느라 바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보수적인 생각을 바꾸기 위해선 역발상 형태의 의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주어진 일, 시키는 일만 하지 않고, 역지사지 식으로 일하는 방식과 생각하는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이에 창의적이고 활기찬 조직 문화를 형성하고 성과에 따른 합당한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입니다. 복지를 보강해 직원의 동기 부여를 고취하겠습니다. 학습없는 조직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학습 조직으로 만들겠습니다. 토론하고 생각하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조직으로 바꿀 것입니다.

 -직원 중 비정규직이 많은 편인데. 이에 대한 해결책은.

 ▲직원 560명 중 절반가량이 비정규직입니다. 청와대에서도 깜작 놀랐습니다. 정규직 전환 필요성에 대해 정부를 대상으로 설득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이버 침해사고 대응, 개인정보보호 등과 같이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는 정부 차원에서 정규직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을 계속 펼치고 있습니다. 전문성을 띤 기관이 상당 업무를 비정규직원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기관의 경쟁력 제고, 전문성 제고 측면에서 정규직 정원을 늘리는 것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항입니다.

 -사옥 나주 이전 계획은 어떻게 진행하는지.

 ▲지방이전 소요비용 583억원 중 자체조달 가능한 금액 324억 원을 제외한 259억 원의 예산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있습니다. 사옥 신축은 마스터플랜과 재원확보 방안이 마련되면 건축 설계 및 건물공사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나주로 이주하는 직원들과 가족들이 이전 지역에 조기 정착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입니다. 나주로 이전하더라도 KISA 고유 업무인 정보보안·침해대응 등의 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지방이전을 할 경우 적지않은 어려움도 예상됩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10년후 지방에서 수도권에서와 마찬가지로 우수한 인재를 지속적으로 구할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지역 균형 발전과 지방의 우수 인력양성 측면에서 균형감을 잃지 않는 방안을 마련 중에 있습니다.

 

 소박스/ 스마트 시대 스마트하게 정보보호 한다.

 스마트폰의 급격한 확산으로 무선인터넷이 활성화되고 더불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크게 확대되면서 인터넷서비스 환경에 새로운 이슈가 부상하고 있다. 인터넷 침해 위협과 개인정보 침해 요인이 더 빠르게 다양해지면서 한층 복잡해지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 시대에 KISA는 이 같은 인터넷서비스 환경 변화에 맞게 침해사고대응·개인정보보호·인터넷윤리 등 3대 중점 업무를 새해에 보다 내실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사이버 공격 근원지를 한발 앞서 차단하는 등 침해 사고에 선제 대응하기로 했다. 좀비 PC 차단 체계를 재정비해 분산서비스거부공격(DDoS) 등 사이버 공격의 피해를 줄이기로 했다. 악성코드 및 해킹 기술이 점점 진화함에 따라 국내외 기관의 협력과 자체 교육 등을 통해 자체 분석 기술도 고도화하기로 했다.

 특히 180만개의 국내 전체 홈페이지를 대상으로 악성코드가 숨겨져 있는지 여부를 매일 점검해 홈페이지로 인한 침해 사고 발생을 최대한 억제할 계획이다.

 스마트폰·스마트패드(태블릿PC) 등 다양한 모바일 기기를 겨냥한 악성코드 침해 사고에 사전 대응하기 위해 실전형 모의 훈련도 실시해 모바일 악성코드 국내 유입 및 확산을 저지하기로 했다.

 개인정보보호도 중점 업무다. KISA는 대기업의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자발적인 정보보호관리체계(ISMS)·개인정보보호관리체계(PIMS) 등의 인증제도 도입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고객 정보유출 경로가 다양화되고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공동 활용이 증가함에 따라 대기업은 물론이고 협력업체도 정보보호를 위한 공동 대응 노력이 필요해서다. 물론 이들 인증 취득 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를 순회하면서 개인정보보호 캠페인을 전개 대국민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계획이다.

 인터넷 윤리 확산 사업도 새해 역점 사안이다.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 만들기’ 같은 범정부적인 캠페인을 포털사·ISP와 협력해 대규모 형태로 추진, 인터넷 폐해의 심각성을 저변에 알리고 건전한 인터넷 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서종렬 원장은>

 서종렬 원장(52)은 경북 경주 출신으로 경주고·영남대(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83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통신정책 연구실 연구원으로서 정보통신(IT)분야와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쌍용경제연구소 IT정보통신 수석연구원을 거쳐 SK텔레콤에서 커머스 사업본부장(상무)을 맡는 등 27여년 동안 IT 분야에 몸담았다.

 SK텔레콤을 퇴사한 후엔 연세대에서 IT 정책 전략연구소 연구위원으로 4년간 활동했다. 지난해 11월 KISA 원장에 취임하기 전에는 KT 미디어본부장(전무)을 지내는 등 통신 업계에서 다년간 IT 정책 수립 경험을 쌓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한국스마트TV포럼협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등 IT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외 활동도 하고 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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