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뛴다.
새해 우리나라는 ‘무역 1조달러 시대’ 진입을 목표로 제시했다. ‘융합’과 ‘녹색’을 양대 키워드로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에도 적극 나설 태세다.
새해에도 국가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의 활약은 물론이고 연구개발(R&D)과 무역투자·산업진흥·기술문화 확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기관과 연구원, 공기업의 협력이 필수다.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기관들의 다양한 프로젝트도 올해보다 확산될 전망이다.
전자신문은 ‘새해 새설계-기관장에게 듣는다’ 시리즈에서 주요 기관 수장들의 올해 포부와 중점 추진 방향 등을 들어본다.
<1>최평락 전자부품연구원장-20주년 맞아 자립, 자강, 상생에 초점 맞추겠다.
“자립(自立)과 자강(自强), 상생(相生)으로 다가오는 20년에 대비합니다.”
전자부품연구원(KETI)은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아 성년이 된다. 연구원에게 신묘년은 전문 연구개발(R&D) 기관으로서 기술개발과 기술사업화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향후 연구원이 나가야 할 바를 정립하는 재도약의 해가 될 전망이다.
최평락 전자부품연구원장(56)은 올해 △연구개발과 사업화 능력 확대 △중소·벤처기업 지원 강화 △지속성장 가능한 혁신 △사회공헌 확대 등을 올해 주요 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는 “정부과제의 의존도를 낮추면서 수입원을 다각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고객과 현장에서 함께하면서 연구원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한편 지속성장이 가능할 수 있도록 조직 혁신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사업화’ ‘기업과의 협력’ 의지가 확고하다. 연구를 위한 연구보다는 실제로 기업과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력을 제공하는 데 연구원의 역량 투입을 늘려가겠다는 것이다. ‘기업과 상생하는 연구원’ ‘사업화까지 책임지는 협력자’로 자리매김해 찾아가는 서비스로 기업체와의 접점을 늘리는 데 많은 공을 들일 계획이다.
“정부과제보다 기업 수탁과제를 담당하는 연구자에게 더 많은 배려를 하는 쪽으로 평가시스템도 개선했다”며 “고객이자 파트너인 기업이 가장 먼저 찾는 연구원이 되도록 성과를 고객과 공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자부품연구원은 올해도 국내외 주요 기업, 기관과의 교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최 원장은 전자부품 이외에 메디컬·그린·융합 등 새로운 성장동력에 기술역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사업화를 위한 별도의 자회사 설립, 기업체 인력 대상의 연수원 확대 구축 등의 구상도 세워놓고 있다.
-올해 창립 20주년입니다. 향후 KETI의 비전을 정립하는 데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20년의 노하우를 발판으로 향후 20년의 성장을 준비할 때입니다. 성년이 된 연구원이 자립과 자강·상생으로 연구원의 위상도 높이면서 기업과의 밀착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KETI는 무엇보다 최고의 기술력을 갖춰야 합니다. 국가 성장동력을 뒷받침할 녹색기술, 첨단 융·복합, 미래 핵심기술 개발 등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또 고객과의 동반성장을 모토로 잠재력 있는 중소기업, 지역산업을 지원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도록 할 것입니다. 연구원의 자립을 위해서는 혁신을 통해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사업화 전문 자회사 설립, 기업과의 공동 R&D 등도 확대할 생각입니다.
-올해 가장 역점을 두는 기술과 사업 분야가 있다면.
▲KETI는 올해 5대 주력기술과 5대 신수종 기술 개발에 주력합니다. 지능형 센서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차세대 전지, 스마트 엑추에이터, 차세대 방송통신이 5대 주력기술이라면 홀로그래피와 차세대 사용자환경(UI), 무선에너지전송기술, 개방형 스마트 M2M플랫폼, 임플란트형 의료기기는 미래에 대비한 신규 5대 기술 분야입니다.
정부의 주요 정책 방향인 ‘녹색’과 ‘융합’에서도 연구원의 역할이 작지 않습니다. 녹색분야 신산업 창출에 직접 기여할 상용화 전략품목 개발은 물론이고 새롭게 나타날 다양한 융합 신산업 분야에도 적극 도전하겠습니다. 연구원의 역량도 기존의 ‘부품’ 분야로 한정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기술 분야로 영역을 넓혀 나갈 것입니다.
-대·중소 상생이 화두입니다. KETI도 기업 전문 지원기관을 표방하고 있고 상생을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습니다.
▲수요자인 대기업에 필요한 기술을 중소기업과 KETI가 공동 개발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방식을 확대 적용할 생각입니다. SK그룹과 차세대전지센터를 가동 중이고 만도·삼성탈fp스 등과도 공동 연구개발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코맥스와 아비코전자 등 중견·중소기업과의 R&D 협력도 강화하는 등 기업체와 직접 연계사업을 더 늘릴 계획입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협력사, KETI 3자 간 정례미팅으로 공동기술 개발, 프로젝트 공동 기획 등이 가능하도록 하는 별도 위원회도 만들어 보려 합니다.
지난해부터 월 2회 시행 중인 중소기업 현장방문 릴레이에서 현장 기술 고충 해소에도 적극 나설 방침입니다.
-우수 인재 발굴과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홀로그램 전문가 한 명을 영입하기 위해 원장인 제가 직접 터키를 방문해 접촉하기도 했습니다. 유능한 인재에게는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도 약속합니다. 연구원의 경쟁력은 기술에 있고 기술은 인재로부터 나옵니다.
지난해 말 글로벌 우수인재 확보 전략을 세웠습니다. 인재탐색위원회 운영으로 인재 DB를 만들고 해외 한인과학기술자와 네트워크 강화 등도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임직원이 해외 출장을 나갈 때는 외부 우수인재를 발굴해 추천토록 하는 제도도 도입했습니다.
미국 조지아테크·텍사스대·하버드대, 독일의 프라운호퍼연구소 등 국내외 다양한 기업, 연구기관과의 협력도 꾸준히 확대할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 미국과 일본·독일 등 과학기술 선진국에서 직접 인력확보 외에도 현지 R&D 거점 확보로 현지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선진기관과의 네트워킹을 통한 KETI의 경쟁력 강화, 국가 R&D 역량 확보는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KETI는 기술의 사업화에 많은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향후 계획은.
▲전자부품연구원은 국내 전자·정보통신 기업들의 동반자입니다. 연구개발 성과와 보유기술을 적극적으로 이전해 비즈니스화하는 것은 연구개발 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지난해 KETI는 총 79건에 72억5000만원 규모의 계약실적을 올렸습니다. 지금까지 기술사업화 방향이 연구원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기업에 전수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기술이전을 받은 기업이 해당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도록 만드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제품화 기술개발 지원과 사업화 컨설팅 등 연구원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지원 역량을 총동원해 기업이 성공적인 사업화를 거둘 수 있도록 사후지원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kr
◇5+5전략으로 신성장 영역 확보=전자부품연구원은 ‘5+5전략’으로 그동안 R&D를 강화했던 5개 분야에다 새롭게 성장할 5개 분야를 선정, 집중적으로 역량을 투입하기로 했다.
최평락 원장은 KETI가 그동안 쌓아온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연구 영역을 늘려가는 데 많은 공을 들여왔다. KETI는 산업체 수요와 미래 성장 트렌드 분석으로 10대 집중 연구 분야를 선정했다.
5대 주력기술은 지능형 센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차세대 전지, 스마트 엑추에이터, 차세대 방송통신융합 플랫폼이다.
△차세대 지능형 센서는 스마트폰·지능형자동차·로봇·u헬스 등에 응용 가능한 감지소자와 논리·판단·통신 기능을 갖춘 지능화된 센서 및 센서융합시스템이다.
종이처럼 가볍고 말아서 휴대할 수 있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도 여전히 KETI의 주력 연구 분야로 꼽혔다. 스마트그리드용 대형 전략저장시스템이나 전기차용 2차전지는 물론이고 캡슐형 내시경에 들어가는 초소형 박막형전지, 메탈에어전지 등을 포함한 △차세대 전지와 전기적 입력 에너지를 기계적 운동이나 모션, 진동으로 구현하는 △전기기계 부품기술(스마트 엑추에이터)도 주력 연구분야에 꼽혔다. 스마트TV와 3D 등 실감미디어, 모바일 방송 등에 필요한 기술과 서비스, 융합단말 등 전반을 다루는 △차세대 방통융합 플랫폼과 서비스도 주력 대응 분야다.
5대 신수종 기술로 선정된 △스마트 홀로그래피는 3D의 문제로 지적되는 어지럼증 등을 해결하고 체적화된 멀티뷰를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3D기술 분야다. △차세대 UI는 촉감센서를 통해 손으로 기기를 조작하거나 입체영상 기술을 활용해 가상 현실감과 몰입감을 제공하는 제어기술이다. 유비쿼터스 사회에서 중요 기술로 평가받는 △무선에너지전송기술도 KETI의 새로운 개발 영역에 꼽혔다.
이 밖에 모든 물체, 기계가 지능적으로 정보를 수집해 다양한 통신을 하고, 이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실시간 서비스가 가능하게 하는 △개방형 스마트 M2M(Machine To Machine) 플랫폼 기술과 환자의 체내에 삽입 가능한 초소형 초전력의 인체 이식형 의료기기 분야인 △차세대 융합형 인체이식 의료기기가 신수종 기술로 선정됐다.
◇최평락 원장은=최평락 전자부품연구원장은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 대통령비서실행정관,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국제협력투자심의관, 재정기획관, 기간제조산업본부장과 특허청 차장 등을 거친 정통 관료 출신 수장이다.
네트워크와 기업체 현장을 강조하는 기관장으로 꼽힌다. 지난 2009년 취임 이후 꾸준히 ‘고객(기업체) 중심의 KETI’ ‘개방형 네트워크를 추구하는 열린 KETI’ ‘국가와 지역사회에에 봉사하는 KETI’를 경영방침으로 강조해 왔다.
여러 업종,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쌓고 이를 통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에만 10여차례의 해외 출장을 진두지휘하면서 주요 기관과의 글로벌 네트워크 확보, 저명 기술자와의 R&D 정보교류 통로 개척 등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새해 초에도 미국 CES를 직접 방문하면서 다양한 정보확보, 신기술 동향 파악에 나서고 있다.
최 원장은 “올해는 KETI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성년이 되는 때”라며 “KETI만의 혁신적 조직문화를 정착시키는 한편, 우수 인재양성을 통한 연구원의 경쟁력 강화에 가장 큰 비중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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